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14.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코복음 16,15-20

 

강원도 정선에 사는 전옥매 할머니가 있습니다. 가난한 남편을 만나 온갖 행상을 하며 앞 못 보는 시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살았던 분입니다. 깊은 산골 강원도 땅에서 그 한스럽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자주 아우라지 강가에 앉아 실컷 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강가에 흩어져 뒹굴고 있는 돌마다 신비롭게 새겨진 문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어느새 강가의 돌멩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친구를 하나 둘 사귀듯 돌멩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들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돌들은 어느덧 할머니 삶에서 소중한 친구가 되었고 살아온 인생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도 자신의 집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구성지게 정선 아리랑을 불러 주며, 돌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냐시오 영성에서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Finding God in All Thing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건과 사물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 말씀으로 창조되었기에 그 안에는 하느님의 손길과 음성이 담겨 있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우리에게 건네는 하느님의 신비가 숨어 있습니다.

 

전옥매 할머니는 강가의 돌멩이 하나를 바라보면서 그 안에 담긴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찾아내었습니다. 할머니는 비록 신자는 아니었지만, 강가에 널려진 돌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위로받았습니다. 할머니가 알든 모르든,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음성을 마음 깊은 곳에서 돌을 통해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복음이 선포된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과 친구가 되는 나라입니다.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말은 하느님 창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대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시대에, 모든 피조물에게 선포해야 할 복음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만물은 하느님 구원의 손길 안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