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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3)

세 친구

by 파스칼바이런 2012. 1. 14.
세 친구

세 친구

 

 

그 사람에게는 세 사람의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그 중에서 그는 첫 번째 친구한테 온갖 정열을 다 바쳤다.

그는 때로 첫 번째 친구를 위해 이 세상의 삶을 산다고 할 정도였다.

 

물론 두 번째 친구도 사랑했다.

그러나 첫 번째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비하면 두 번째 친구에 대한 공들임은 한참 못 미친 것이었다.

 

세 번째 친구는 그저 생각의 범주에나 드는 친구일 뿐 첫 번째나 두 번째에 비하면 아주 희미한 친구였다.

솔직히, 마지못해 찾는다는 편에 속하는 것이 세 번째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의 사자가 이 사람한테 와서 왕의 부름을 전했다. 그는 친구 셋에게 함께 가줄 것을 청했다.

 

그러나 보라. 그가 온갖 정성을 다 바쳐 온 첫 번째 친구가 무정하게도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 한 걸음이라도 같이 가줄 수 없겠는가? " 그가 사정하였으나 첫 번째 친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친구는 그러나 조금 달랐다. "성문 앞까지만 같이 가 주겠네." 그가 사정하였다.

"성 안까지는 안 되겠나?" 두 번째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안됐네만 성 안까지는 곤란하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가장 소홀히 한 세 번째 친구가 나섰다.

"내가 자네와 끝까지 동행하겠네."

 

이 세 친구는 누구인가?

 

첫 번째 친구는 재산이다.

아무리 정성을 다했지만 자신이 죽을 때는 한 발짝도 따라오지 않는다.

 

두 번째 친구는 친척이다.

공동묘지까지는 따라오지만 거기서 돌아간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다.

마지못해 행한 것이어도 죽음 길에까지 동행한다.

그리고 그 뒤에도 그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다.

 

- 정채봉의 '내 마음의 고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