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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전례상식] (08) 주님의 현존에 관한 말씀 ①

by 파스칼바이런 2013. 5. 19.
주님의 현존에 관한 말씀 (1)

 

 

(8) 주님의 현존에 관한 말씀 ①

 

 

교황청 예부성성은 1967년 5월 25일 “성체신비공경에 관한 훈령”(Eucharisticum mysterium)을 내면서 그 이전에 나온 몇몇 문헌들에서 언급했던 성체신비에 관한 원칙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신자들과 성직자들에게 실천규범들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규범들 가운데 여기서는 우선 전례거행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관한 조항을 들고, 그 조항의 기초가 되는 성서구절을 살펴보기로 한다.

 

“신자들은 특히 주님께서 몸소 교회의 전례거행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과 관련하여 성체의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신자들의 집회 안에 언제나 현존하신다(마태 18,20 참조). 또한 그분께서는 교회 안에서 성서가 읽혀질 때 그분께서 몸소 말씀하시는 것이 되도록 말씀 안에도 현존하신다.

 

그리고 성찬에서 ‘사제직을 통하여 지금 봉헌하는 분께서 십자가 위에서 그때 봉헌되신 바로 그분’(트리엔트 공의회, 미사에 관한 교령, 2장)이 되도록 사제의 인격 안에도 현존하시고, 또 무엇보다도 성체의 형상 안에 현존하신다. 사실 유일하게, 실체적으로 한결같이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께서 전체로 온전히 이 성사 안에 현존하신다. (성체의) 형상 아래 계시는 그리스도의 그러한 현존은 ‘다른 현존 양식들은 실제적이 아니라고 하는 그런 배타적 뜻으로가 아니라 탁월한 뜻으로 실제적이라고 말한다’(바오로 6세, 신앙의 신비, 39항)”(9항).

 

여기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7항)의 가르침이 그대로 담겨있다. “전례헌장”과 “성체신비” 훈령 그리고 “신앙의 신비” 회칙은 주님께서는 당신 이름으로 모인 신자들의 집회 안에 현존하시고, 당신 말씀 안에 현존하시며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신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성체성사 안에 계시는 주님의 현존은 유일하고 탁월하게 실제적인 현존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이해할 수 있었는가?

이 글에서는 구약성서 안에 나타난 주 하느님의 현존과 신약성서의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그리스도의 현존에 관한 말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위에서 말한 ‘현존’에 관한 개념을 이해하는 길을 준비하고자 한다.

 

 

가) 구약성서

 

우리는 구약성서 곳곳에서 당신 백성 가운데에 계시는 주 하느님의 현존에 관한 말씀을 찾아볼 수 있다. ‘선조들’과 출애굽의 하느님께서는 다른 백성들의 신들과는 달리 이스라엘에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이시다. “우리 하느님 야훼께서는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주시는 분이시다. 그처럼 가까이 계셔주시는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어디 또 있겠느냐?’(신명 4,7).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운명을 함께하시고 그들 가운데에 사시며, 그들 역사의 변천 속에 현존하신다. 이스라엘은 예배를 드릴 때에는 성전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어려울 때와 해방의 순간들에 하느님을 구원하시는 분으로 만났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며 살았다.

 

1) 하느님께서는 족장들에게 약속하시고 복을 내리시며 그들을 보호하시고 그들과 계약을 맺으시는 하느님, 지존하신 주님으로 현존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땅과 자손을 주겠다고 맹세하신다(창세 12,7; 13,15; 15,4.7; 17,8.16.19.21). 그리고 재물과 양떼를 많게 하시고 땅의 소출을 풍부히 내려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창세 13,6; 25,8; 26,12-14). 또한 다른 민족들의 침략과 수탈에서 이스라엘을 지켜주시며 도와주신다(창세 12,10 이하; 29-31장; 32-33장; 41장 참조).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으시고(창세 17장), 그들의 순종을 요구하신다(창세 22장). 이스라엘의 족장사를 보면 하느님의 현존은 백성에게 질서를 세워주는 힘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기초를 놓으신 분이시다.

 

2) 출애굽에서 하느님의 현존은 에집트에서 억압받고 있던 이스라엘 부족을 해방하고 구원하시는 현존으로 나타난다. 하느님께서는 시나이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시어 그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을 종살이에서 해방시키라는 사명을 주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출애 3,12)라는 약속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곧 하느님께서 그의 힘이 되어주실 것이라는 약속이다.

 

야훼께서는 사명을 완수하도록 당신 ‘종’ 곁에 현존하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시던 거룩한 밤에 당신 백성을 위하여 ‘밤새워 가며 지켜주셨다”(출애 12,42). 그분께서는 파라오의 완강한 반대를 꺾으시고 이스라엘을 에집트 밖으로 이끌어내셨다. 이에 이스라엘은 찬양의 노래를 불렀다. “나는 주님을 찬양하련다. 그지없이 높으신 분. 기마와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다. 주님께서는 힘있게 나를 붙드시어 나를 살려주셨다 … 주님께서는 용사 그 이름 야훼이시다”(출애 15,1-3).

 

3) 시나이산에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 하느님의 현존은 당신 백성을 세우신다. 도망쳐 나와 아직 꼴도 갖추지 못한 무리가 계약의 거룩한 사슬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정비된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피의 예식으로 축성되었다. 이 예식으로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되셨다(출애 19; 24장 참조).

 

4) 하느님께서는 삭막한 광야를 지나는 동안 줄곧 당신의 거룩한 백성을 이끄셨다. 주님께서는 낮에는 구름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백성을 이끄시는 안내자로 현존하셨다(출애 40,36-38).

 

5) 앞으로 나가는 이스라엘 앞에 다른 민족들이 두려움에 떨었다(출애 15,15-16). 그들은 이스라엘을 막을 수 없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고, 그분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민수 23,21). 주

님께서는 모세와 함께 계셨던 것처럼 여호수아와 함께 계신다(여호 1,5). 여기서 하느님의 현존은 땅을 주심으로 목적을 달성한다.

 

6) 하느님께서는 약속된 땅에 들어간 백성 안에 항구히 현존하신다. 하느님께서는 계약을 지키시는 분으로 현존하신다. 한편으로 하느님께서는 심판주로 이스라엘에 현존하시기도 한다. 백성이 법을 어기고 계약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약에 충실하면 주님께서는 백성에 강복하시고, 그 백성을 모든 민족들 위에 들어높이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가축의 새끼들을 많게 하시고 적들에게 승리를 거두게 하신다(신명 28,1-14). 이때의 주님께서는 복을 내리시는 하느님으로 이스라엘에 현존하신다. <계속>

  

[경향잡지, 199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