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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성당의 중심은 어디입니까?

by 파스칼바이런 2012. 6. 19.

성당의 중심은 어디입니까?

손상오(루카)신부 / 대구효성가톨릭대학 교수

 

 

많은 신자들이 자주 질문합니다.

"신부님 성당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어디에다 절을 해야 합니까?

감실입니까? 제단입니까? 십자가입니까?

또 미사 중에 독서대에 올라가기 전에 어디에다 절을 해야 합니까? 감실입니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례적 문제와 성체 보존의 장소와 목적 등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교회가 미사 후 성체를 모셔 두는 첫째 주목적은 병자들에게 노자 영성체를 시켜 주려는 데 있고, 2차적 목적으로 미사 외의 영성체와 신자들이 쉽게 성체 조배를 하게 하기 위함입니다(참조, 성체 신비 공경에 관한 예부성성훈령 49조 51조, 미사 없는 영성체와 성체신심 예식서 총지침 5조).

 

한편 성체성사로서의 그리스도의 현존은 축성의 열매이며 그리스도 자신의 현시일 수밖에 없으므로 성사 거행의 성질상 미사집전 시초부터 이미 그 제단에 성체가 안치되어 있지 않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위의 같은 훈령 55조참조).

그러므로 감실은 성체 보존의 목적으로 보나 별도 경당이나 소성당에 안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같은 훈령 53조 54조 및 미사경본의 총지침 276조 참조).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성당 내의 중앙 제단이나 또한 참으로 훌륭한 작은 제단에 안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특수한 경우에는 그곳 주교의 인가를 받아 그 성당의 아주 고상하고 잘 장식된 다른 장소에 안치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훈령 54조 참조).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많은 경우 감실이 앞벽면의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전례 거행과 성당의 중심은 제단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과 또 특히 '가능하다면 성당 중심 부분과는 격리된 곳에 감실을 안치하는 것이 좋다.'(같은 훈령 53조)는  훈령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때문이라고 봅니다.

 

위의 '성당 중심 부분과의 격리된 곳'(dans une chapelle distincte duvaisseau principal de l'eglise)이라는 표현은 성당 중심의 제단과는 떨어져 있는 소제단 또는 경당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성당의 구조나 현실정과 다른 유럽 성당의 경우에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큰 성당 안에는 중심 제단 외에도 소성당과 소제단이 여러 개있고, 그중 하나의 소성당 제단에 성체를 모셔 두고 사람들이 성체 조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중앙 제단에 감실을 둘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 때문에 그러합니다.

 

그것은 같은 훈령 조항에 이어 나오는 내용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결혼이나 장례가 자주 있거나, 역사적이며 예술적인 보물 때문에 방문객이 많은 성당일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한 것은 그러한 곳에서는 조용한 성체 조배가 불가능하며 성체 보존의 본 목적과 상관없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같은 조항에서 '감실 안에 성체를 모셔 두는 장소는 성당이나 소성당 안에서도 참으로 뛰어나는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에서도 나타나듯이 중앙 제단이나 앞벽면 중앙을 피해야 한다는 말과는 전연 다른 내용입니다.

 

전례 정신으로 보아 감실은 전례가 거행되는 중앙 제단에 보다는 같은 성당 안이라도 성체 조배를 위하여 구경꾼이나 방문객이 쉽게 드나들지 않는 소성당의 소제단에 감실을 마련하여 성체 조배를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앞벽면에서 감실이 중앙에 있어야 하느냐 측면에 있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님은 자명합니다.

전례 정신으로 보아 별실에 감실을 안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은, 성체 축성 이전에 이미 성체가 있다는 것은 축성의 열매로서의 전례적 현존의 의미가 줄어들기 때문에  성체가 안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사가 집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입니다.

그러한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성목요일 주의 만찬 미사 전에 감실을 비우고 미사를 시작하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는 한 성당 안에 중심 제단 외에 여러 개의 소성당이나 소제단이 있는 곳이 없고 그렇다고 성체를 따로 모실 수도 없는 실정상 감실은 당연히 성당 안에서 가장 뛰어난 장소를 택해야 합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제단 뒷벽 중앙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전례 거행시에나 신자들이 처음 성당에 들어올 때나 성당 중앙을 지나갈 때나 항상 중앙을 향해서 절을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감실이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을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스도의 상징인 제단을 향해서 절은 하되 그리스도께서 실재로 현존하시는 감실을 향해서는 절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방안에 들어서면서 중앙 벽에 걸려있는 아버지 사진에 절을 하고 그 옆에 앉아 계시는 아버지께는 인사하지 않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또 전례 거행 중에도 제단을 향해 절을 하면서도 감실은 외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앙에 감실은 안치했을 경우 성당의 중심은 제단이 되면서 동시에 감실이 됩니다.

 

신자들이 성당에 처음 들어와서 인사를 할 때나 전례 거행 중에나 항상 중앙을 향해서 절을 하면 동시에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이론상으로 성당의 중심이나 전례거행의 중심은 항상 제단입니다.

그것은 감실이 별실에 안치되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감실을 따로 안치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성체 현존의 신비를 믿는 우리에게 있어서 모든 신앙행위의 중심은 당연히 성체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실을 벽면 한 구석에 안치하여 우리의 시야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신자들이 감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감실안의 성체 현존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이 약해진다면 그것이 감실의 위치와 성당의 구조와 무관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감실 안에 성체를 모셔 두는 장소는 성당이나 소성당 안에서도 참으로 뛰어나는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같은 훈령 53조).

 

'성체는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감실 속에 보존되어 중앙 제단이나 또한 참으로 훌륭한 작은 제단 중앙에 안치되어야 하며, 합법적으로 관습과 그곳 주교가 인가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그 성당의 아주 고상하고 잘 장식된 다른 장소에 안치할 수도 있다.'(동 54조).

 

'신자들이 사사로이 성체께 조배를 드리며 기도를 바치기에 알맞는 경당에 성체 모시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각 성당의 구조와 지역 풍습을 감안해서 성체는 제단에 모시든지 혹은 성당에 뛰어난 자리에 적절한 장식을 갖추어 모신다.(미사경본의 총지침 276조).

 [빛} 5월호 <전례상식>에서 발췌

성당에 들어서며 제단(祭壇)을 향해 절을 하며, 과연 어디에 절을 하는가에 대하여 대부분 '십자고상'에 절을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선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십자고상'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는 감실에 절을 한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성당의 중심은 제대(祭臺)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는 미사 때에 성찬의 식탁이 됩니다.

따라서 사제는 입당하여 제대에 절을 하며, 본기도가 끝나기 전에는 감실에 절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 본당에는 제대와 감실이 함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제단을 향해 절을 하면 제대와 감실 문제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단, 미사 후 성당을 나서며 제단을 향해 절을 하는 사람과 그냥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영성체하여 "내 안에 주님을 모셨으니 다시 감실에 절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성당을 떠나며 성당의 중심인 제대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감실에 절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