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표징과 상징] 3. 불 (2)
요한의 첫째 서간에서 기억하듯이(4,18 참조),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구약 성경에서 불은 하느님의 현존과 연관되고 그분의 현시와도 연관되는 상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불타는 떨기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셨습니다.(탈출 3,2 참조) 또한 그분께서는 불기둥으로 백성들을 비추어 인도해 주셨습니다.(탈출 13,21 참조)
불은 성령의 상징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태 3,11) 성령께서는 불꽃 모양의 혀들로 나타나 각 사도 위에 강림하셨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2-4)
성령의 임무는, 하느님 사랑을 증거할 수 있도록 인간의 마음을 달구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사랑이 계시되지 않을 때, 인간이 사랑을 만나지 못할 때,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할 때, 사랑에 깊이 참여하지 못할 때, 인간은 자기에게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게 되며 그의 생은 무의미하다. 이미 말한 바 있듯이 구원자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인간에게 완전히 드러내 보여 주시는" 분이 되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인간의 구원자」 10)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눈이 열릴 때 열정이 타오릅니다.(루카 24,32 참조) 왜냐하면 성령께서는 우리를 주님께로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매우 중요한 전례의 순간들에서 재해석됩니다. 우리는 부활 성야 예절에서 부활초를 점화하는 불을 지핍니다. 이 불은 어두움에서 빛이 승리함, 이기주의에서 사랑이 승리함을 드러냅니다. 성전 봉헌식에서도 역시 성체성사의 희생을 완성할 장소로 하느님의 정화 현존의 상징인 제대 위에 촛불을 켭니다. 이렇게 부활초와 초에 점화된 불꽃은, 항상 준비하며 등을 들고 주님을 기다렸던 슬기로운 처녀들의 신앙과 같이 변하지 않는 인내의 신앙을 상징합니다.
[길잡이, 2013년 3월호,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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