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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67번 성전 오른편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14. 4. 21.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67번 성전 오른편에서

  

 

 

 

“그가 다시 나를 데리고 주님의 집 어귀로 돌아갔다. 이 주님의 집 정면은 동쪽으로 나 있었는데, 주님의 집 문지방 밑에서 물이 솟아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주님의 집 오른쪽 밑에서, 제단 남쪽으로 흘러내려 갔다. 그는 또 나를 데리고 북쪽 대문으로 나가서, 밖을 돌아 동쪽 대문 밖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보니 물이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었다.”(에제 47,1-2)

 

가톨릭 성가 67번 ‘성전 오른편에서’는 제목 아래에 ‘에제 47,1-2’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에제키엘 예언자가 예고한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내리는 정화수, 백성들이 해마다 초막절을 지내며 기다려 왔던 생명수, 바로 그 물과 피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피와 물을 쏟으시는 예수님은 당신의 고통보다, 도망간 제자들과 당신을 조롱하고 때리고 옆구리를 찌른 무지한 백성들과 적대자들의 앞날을 더 걱정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카 23,34 참조)라고 기도하셨으며 죄인들을 씻기고 정화하기 위해 성체에서 피와 물을 쏟으신 것입니다.

 

여러 부활 성가들은 예수님의 부활사화를 가사에 압축하여 표현하며, 멜로디는 단순하게 구성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작 부분의 음을 고음으로 하며, 진행의 흐름도 순차진행이 아닌 뛰어가기 진행을 이용하여 화려하고 웅장하게 부활의 기쁜 소식을 노래합니다. ‘성전 오른편에서’라는 곡은 부활 성야 미사 때 죄를 끊어버릴 것을 고백한 뒤 정화의 작업으로 성수를 받으며 노래합니다. 고음에서 포르테의 힘차고 장엄한 시작과 함께 힘차게 흘러내리는 정화수가 연상되는 흐름을 통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한편으로는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답게 전할 수 있는 곡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사랑(에페 3,18-19 참조)이라고 했으며 그분의 그지없는 사랑을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 요한 사도는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찌르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고 전합니다.(요한 19,34) 그분의 사랑은 무한하며 끝이 없습니다. 당신의 생명을 내어 놓으면서도 정화의 물을 쏟아 죄인인 인간들을 구원하시고 생명을 탄생시키시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성삼일의 거룩한 시간은 부활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하고 새 생명의 큰 기쁨을 맞이하게 합니다. 사순 시기의 거룩한 성삼일 시간을 통해 우리는 정화수를 받으며 주님의 축복 안에서 기쁜 소식을 나누게 됩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수난을 겪고 있는 이웃,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를 반대하며 아직도 눈물 흘리고 있는 이웃, 여수 앞바다의 기름 유출…. 우리 주변에서 수많은 이웃들이 눈물의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나의 이익만이 아닌 나와 너의 평화와 화합의 정화수가 만나 부활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도록 오늘도 성찰의 삶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길잡이, 2014년 4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