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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시인 / 모르는 척, 아프다
술 취해 전봇대에 대고 오줌 내갈기다가 씨팔씨팔 욕이 팔랑이며 입에 달라붙을 때에도 전깃줄은 모르는 척. 아프다 꼬리 잘린 뱀처럼 참을 수 없어 수많은 길 방향 없이 떠돌 때에도 아프다 아프다 모르는 척, 너와 나의 집 사이 언제나 팽팽하게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인연이란 게 있어서 때로는 축 늘어지고 싶어도 때로는 끊어버리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감전된 사랑이란 게 있어서 네가 없어도 나는 전깃줄 끝의 저린 고통을 받아 오늘도 모르는 척, 밥을 끊이고 불을 밝힌다 가끔 새벽녘 바람이 불면 우우웅… 작은 울음소리 들리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인연은 모르는 척
시집 『모르는 척』(천년의시작, 2007) 중에서
길상호 시인 / 눈의 심장을 받았네
당신은 새벽 첫눈을 뭉쳐 바닥에 내려놓았네
그것은 내가 굴리며 살아야 할 차가운 심장이었네
눈 뭉치에 기록된 어지러운 지문 때문에 바짝 얼어붙기도 했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심장을 쥐어오던 당신의 손,
온기를 기억하는 눈의 심장이 가끔 녹아 흐를 때 있네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실천문학사,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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