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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연숙 시인 / 발소리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4.

송연숙 시인 / 발소리들

 

 

어중간한 층에서 몇 년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발소리 감별사가 된다

발에 깃털을 단 고양이 두 마리와

리듬이 없는, 발소리가 사는 집

이 집엔 낯익기까지 한

위층의 발소리가 함께 산다

 

층수 잃고 떠도는 발소리가

피아노 소리로 들리고

잠결을 달려오는 심장 속엔

아직도 어린 아이들 몇 쯤

쿵쾅거리며 뛴다

 

나는 발소리에다 시이즈 붙이는 일을 해보기로 하는 것이다 165, 230, 265의 발소리부터 지름 5cm의 다족류 발소리까지 쿵쾅거리는 피의 보폭에 하나 둘 스티커를 붙이다 보면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눅눅한 발소리를 느낀다

 

물방울 같은 발가락을 쓰다듬으며

입맞춤 해주지 못한 발

꽃잎 같은 맨발의 발소리, 들린다

시간과 공간의 층 사이 옮겨 다니며

얼굴 없는 교류를 하는 시간

 

태어나지 못한 발소리가

빗물의 보폭으로

침대 위를 뛰어 다닌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송연숙 시인

2016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9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밀알상 당선. 현재 『시와 표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