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향 시인 /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소나기 온 밤 집 없는 도둑고양이, 어둔 헛간에서 내 신경을 긁어댔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깜깜한 어둠 속을 잠입했다 순간, 차량의 전조등 같은 사파이어가 잽싸게 내 눈에 발을 넣었다 나를 신어볼 눈치였다 나도 잽싸게 인터넷 사이트를 열었다 고양이 눈동자가 왜 사파이어인지 인터넷 만물박사에게 물어볼 참이었다 만물박사를 깨우는 사이 사파이어는 한바탕 잠든 공기를 뒤흔들어놓고 뒷구멍으로 내뺐다
창 밖엔 소나기에 섞여 번개가 몇 차례 창문에 불똥을 갈겼다 어둠에 잠겨있던 나는 문득 고양이가 가엾어졌다 (번개에 명중되었을지도 모를 집없는 도둑 고양이!) 요 며칠 툭,부러뜨려 놓았던 여린 감성이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었다 감성이 일어나게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인터넷 속에서 '마음의 소재지를 찾아보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부에 누워 있는 내장 속속들이 잎사귀를 들춰보며 조직검사하듯 사이트와 사이트를 한 잎 한 잎 열어제쳤다 (처음에 ‘마음‘은 무엇이 어떻게 짜깁기 되었을까?)
창밖은 벌써 뿌연 새벽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번개가 창문에 불꽃을 질렀다 언뜻 언뜻 눈을 껌벅이는 벽걸이가 나체를 드러내고 나를 놓아준 어둠이 창밖으로 발을 옮기는, 하늘엔 간간이 꼬리뿐인 전기 코드가 빗금을 긋고 간다 바로 그때 잃어버린 고양이가 야~웅, 자기의 건재함을 알려왔다 아, 그렇군! 잃어버린 생각을 돌려준 고양이, 우레 속에 야영한 그가 반가웠다 이 반갑다는 ‘마음‘이 또 어디에 감춰져 있을까 생각 속에 있을까 생각은 늘 잡동사니로 가득한 머리 속에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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