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시인 / 시인에게
시인이여 바다가 허연 웃음을 베어 물고 떠나는 여름
지금쯤 그대가 나이테도 없이 썩은 등걸로 풀썩 쓰러진들 어떠리
뻘밭에 살면 누구든 본디 모습 비쳐볼 재간 없고 그대는 농게처럼 옆걸음을 치면서 자조의 시를 쓰고 있지만
문득 술잔에 떨어지는 서옹의 흰눈썹 한 올에도 빈 하늘이 깨지는 소리 들리거늘.
이외수 시인 / 11월의 시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켭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을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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