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임보 시인 / 쓸쓸한 비결(秘訣)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5.

임보 시인 / 쓸쓸한 비결(秘訣)

 

 

이제껏 세상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죽음이 내 육신을 물어 뭉그러뜨린 뒤에도

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내가 뿌린 문자의 씨가 한 톨이라도

이 지상에 남아 있는 한

나는 활자의 어두운 창을 열고 부활할 것이다

 

그리하여 선량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몰래 파고들어

곤충처럼 수억만 개의 알을 슬 것이다

 

어느 날 그들의 육신을 뚫고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를 수억만 마리의 나방이 떼

 

그날에 내 활자를 지닌 자는 복을 누릴지니

나방이와 더불어 천국에 이르리라

 

 


 

임보(林步) 시인

1940년 전남 승주군 인제면 출생. 본명: 강홍기(姜洪基).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국민대학 대학원 국문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시운율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196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인 등단. 1974년 첫시집 <임보의 시들>. 이후 2011년 <눈부신 귀향> 등 14권의 시집 및 많은 동인지와 시론집 펴냄. 2014년 제30회 윤동주 문학상 수상. 충북대 국문과 교수 역임. 현재 월간 <우리시> 편집인. 필명 임보(林步)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에서 따온 것이라 함. 논저 「한국현대시 운율구조론」『엄살의 시학』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