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 시인 / 쓸쓸한 비결(秘訣)
이제껏 세상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죽음이 내 육신을 물어 뭉그러뜨린 뒤에도 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내가 뿌린 문자의 씨가 한 톨이라도 이 지상에 남아 있는 한 나는 활자의 어두운 창을 열고 부활할 것이다
그리하여 선량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몰래 파고들어 곤충처럼 수억만 개의 알을 슬 것이다
어느 날 그들의 육신을 뚫고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를 수억만 마리의 나방이 떼
그날에 내 활자를 지닌 자는 복을 누릴지니 나방이와 더불어 천국에 이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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