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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주선미 시인 / 고양이 낙법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5.

주선미 시인 / 고양이 낙법

 

 

아무리 숙련된 낚시꾼이라도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

높은 파도 통제구역, 시멘트 블록

 

쌓인 시멘트 블록에 푸른 눈빛을 걸쳐놓고

사이사이에 그물망을 엮는다

바닥을 가볍게 딛고

천상의 낙법으로 뒹구는 고양이, 툭

 

허공을 불러내어 튀어 오르고 있다

눈 속에 푸른빛을 세우고 있다

 

평생 어둠을 막아서는 서귀포 등대

온몸을 바다에 던진다

던지고 또 던져도 사방으로 덮어오는 어둠

 

마지막인 듯 저녁 한 끼를 위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내공

따라갈 수가 없다

 

시퍼렇게 눈을 뜨고

저녁을 밝혀 바닥을 뒤집어엎는다는 것

 

등대의 눈이든 고양이의 눈이든

다를 게 없지만

 

몸을 순식간에 날려

낚시에 걸린 돔 한 마리 낚아채는 수법

 

활처럼 휘어 허공을 계단 삼아 튀어 오르는 묘기

 

고 조그만 발 안에

어둠을 틀어쥐는 힘을 갖는다는 것

 

얼마나 닳고 닳아야

저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주선미 시인

충남 태안 출생. 2017년《시와 문화》신인상 등단. 시집『안면도 가는 길』,『일몰, 와온 바다에서』있음. 《시와 문화》2019 젊은 시인상, 충남문화재단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