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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창옥 시인 / 어떤 단단함에 대하여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5.

한창옥 시인 / 어떤 단단함에 대하여

 

 

신랑 백인덕 시인은 접힌 가슴을 편다.

신부도 부케로 피어난다.

신랑신부 입장을 잊고

하객을 향한 주례사가 진지하다.

출발점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두 사람의 발이 오글거린다.

저녁노을이 가던 길 멈춰

등 뒤에서 안아주는 눈시울 붉다.

 

‘선생님! 신랑신부 입장부터 시켜주시죠?’

(사회자는 차가운 갈바람에 신부가 걱정된다)

 

‘아, 주례 맡은 게 처음이라서…….’

(신랑의 은사님 이승훈선생님이 모닥불을 지핀다)

 

혼자 걸어 온 길, 깨지고 흐트러진

신랑의 이빨을 가지런히 해놓고

신부는 새 출발에 가슴 조린다.

닫혀있던 신랑의 단단한 부리 안에

반짝이는 삶이 보인다.

손을 꼭 잡고 씽씽 바다를 가르며

입장하는 두 사람

한 물결이 되어 은비늘을 만들 것이다.

시인인 신랑을 잘 보필하며 살겠다는

신부의 편지낭독은

신랑을 향한 천금 같은 말의 힘인 것이다.

원추리, 칸나, 아네모네의 목을

꺾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니체, 막스, 바르트를 외울 때처럼

발음이 새지 않을 것이다.

 

성혼선언을 빠트리고 내려가신

주례사 스승님을 뒤따라서

신랑신부 저벅저벅 퇴장 한다.

서로의 마음속에서 저벅거렸을 그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응원의 하객박수로 뜨겁게 구워 진다.

알맞게 구워진 신랑신부 다시 입장 한다.

 

‘신랑은 신부를 영원히 사랑하겠습니까?’

예에!

 

‘신부도 대답하세요?’

예, (신부 음성이 작다)

 

‘신부대답이 가장 중요 합니다’ ‘크게 대답해 주십시오!’

(친구의 늦은 결혼을 단단히 하려는

사회자 박완호 시인 눈빛과 목소리가 깊다)

 

첫날부터 신부 목소리가 크면 안 된다고

편을 드는 주례사 이승훈 선생님,

여기저기 파닥거리는 축복의 날개들.

 

 


 

한창옥 시인

서울 출생. 2000년 시집 『다시 신발 속으로』로 등단. 시집으로 『빗금이 풀어지고 있다』(현대시시인선62)가 있음. 계간 『부산시인』 편집주간 및 계간 『주변인과 시』 발행인 겸 편집주간 역임. 현재 『포엠포엠』 발행인 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