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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진은영 시인 / 생일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5.

진은영 시인 / 생일

 

 

사랑의 간장병을 쏟으신다 하얀 종이에

가장 맛 좋았던 내 유년 시절에

달팽이 눈처럼 얌전히 하루가 솟아오르고

엄마, 이건 너무 짜요

 

아니, 어머니 물을 주셨다

내 몸의 슬픔이 완두콩처럼 자라났다

달까지 무성하게

 

초록 유리처럼 나를 찌르면서

숲은 자라났다

 

어머니 생을 주셔서 감사해요

존재의 가시에 찔리면서

엮은 부재의 장미 한 다발을

 

당신은 갈비뼈를 뽑아

남자 대신 나를 만드셨다

 

흰 냉장고 문에 비친 피투성이 내 얼굴

불확실하게 반짝거린다

 

 


 

진은영 시인

1970년 대전에서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와 同  대학원 졸업(박사).  2000년 계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과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와 그밖의 저서로는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등의 철학하기와 관련한 저서 등이 있음. 2009년 제14회 김달진문학상 젊은 시인상, 2010년 제56회 현대문학상, 2013년 제15회 천상병 시문학상, 2013년 제21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 및 인문상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