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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철시인 /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재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가슴 술집을 빠져 나와 낮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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