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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부산교구 신호철 주교임명자 발표 순간 이모저모

by 파스칼바이런 2021. 5. 31.

부산교구 신호철 주교임명자 발표 순간 이모저모

오직 사제의 길만 꿈꾸며 자라…

온화함과 냉철한 판단 겸비한 사목자

가톨릭평화신문 2021.05.30 발행 [1615호]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 신호철 비오 사제를 부산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22일 오후 7시 부산교구청 소성당.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미사를 마칠 무렵, 교구 총대리 권지호 신부가 “교구민 모두가 고대하던 보좌주교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며 소식을 전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5월 성모성월의 끝자락 성령 강림 대축일을 하루 앞둔 이날, 선선한 바닷바람을 타고 전해진 새 주교 임명 소식에 경당에 모인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대표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보다 보좌주교의 탄생을 기다린 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시종 환한 미소를 띠며 가장 먼저 하느님께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손 주교는 “제가 보좌주교로 임명받았을 때 교구장 황철수 주교님께서 ‘걱정하지 마라. 내(나) 있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며 “저와 사제들이 있고, 부산교구도 정말 열심히 나아가고 있으니 우리 서로 노력해 나갑시다” 하고 신임 보좌주교를 챙겼다.

 

“걱정 마세요. 내 있잖아요”

 

신호철 주교임명자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깊은 묵상 중에 교구장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주교님의 모습이 떠올랐고, 주교님을 도와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함께 걸어가는 동료 사제들, 기도해주시는 교구민들과 우리를 지켜주시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 맡은 직분을 열심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데 모인 사제들이 미사 후 손삼석 주교에게 “새 주교님 한 번 안아주세요!”하는 요청에 손 주교가 “어떻게? 이렇게?” 하고 포옹해주자 다시 한 번 함박웃음이 터졌다. 새 주교는 아버지 같은 손 주교에게 폭 안겼다. “걱정 마세요. 내 있잖아요.” 늦은 시각 기쁨의 현장이 된 교구청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부른 “오소서, 성령이여~♪”(가톨릭성가 142번)가 창밖으로 퍼져나갔다.

 

 

주님과 교회에 봉헌하는 아들로

 

8남매 중 다섯째인 신호철 주교임명자는 가정의 신앙 속에 오직 사제의 길만 꿈꾸며 자랐다. 부친 신용한(클레멘스, 95) 옹과 모친 최경자(율리아나, 2020년 선종) 여사는 1968년 9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포대기 속 아들을 안고 곧장 세례를 받게 했다. 부모는 다섯째 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아이’로 여겼다.

 

집안 신앙은 모친의 영향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하느님과 성당이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주님께 그렇게 의지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녀들도 설령 학교를 빠지는 일이 있어도 성당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신 주교는 모든 생활과 태도, 신앙심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든든한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깨우치기 위해선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었다. 취미로 바둑을 해도 책으로 열심히 독파했고, 노트 하나를 사주면 만화 주인공 로봇 설계도를 빼곡히 그리는 범상치 않은 모습도 보였다. 타고난 기타 솜씨와 노래 실력은 주변 사제들도 다 아는 재능이다. 전축 앞에서 종일 음악을 듣고, 빗소리에 시상을 읊는 남다른 감수성도 훗날 사제가 되어 신앙감각을 체득하는 데에 바탕이 됐다. 신 주교임명자는 1996년 2월 사제 수품 성구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14, 6)를 가슴에 품고 사제가 됐다.

 

신 주교임명자와 10살 터울 동생인 신선아(로사리아)씨는 “어머니는 사제인 아들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셨고, 늘 오빠를 위해 기도하셨다”면서 “어머니께서도 주님 곁에서 오빠의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실 것”이라고 했다.

 

 

 

박학다식함과 온화함 겸비한 사목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신 주교를 ‘박학다식’, ‘온화함과 냉철한 판단을 겸비한 스타일’, ‘경청형 사제’라고 귀띔했다. 한 동기 신부는 “신학교를 수석 입학한 신 주교님은 성적도 가장 우수했고, 정말 똑똑하고 성실한 분”이라며 “무언가 질문하면 마치 컴퓨터가 폴더를 찾아 답해주듯 모르는 것 없이 어떤 분야든 깊이 알고, 박학다식하시다”고 전했다.

 

신 주교의 수준급 노래와 기타 실력은 사제생활 내내 이어졌다. 사제 수품 10년 차 때 동기들과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하면서도 가는 곳마다 전례에 맞는 성가를 노래하고, 후배 사제들에게 불러야 할 축가를 준비할 때에도 악보를 척척 만들어 낼 정도였다. 마에스트로 이대성(요한 세례자)에게 성음악 작곡을 사사해 2014년 미사곡과 전례 성가 모음집 앨범과 합창곡집을 낸 바 있다.

 

올해 2월 사제 수품 은경축을 맞은 신 주교임명자는 25년 사제 생활 중 9년간의 유학 기간을 빼곤 13년 동안 부산가톨릭대에서 후학 양성에 줄곧 힘썼다. 2019년부터 총장직을 수행해온 신 주교임명자는 진리를 통해 사랑 안에 봉사를 실천하는 인재 양성에 주력하며, 2019년 지역 일반대학 중 취업률 1위를 이룩하는 등 학교 발전에 헌신해왔다.

 

염철호(부산가톨릭대 신학교정운영본부장) 신부는 “누구를 만나든 격의 없이 배려하고 경청하면서도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하신 분”이라며 “지방 대학들이 겪는 어려움 속에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가야 할 방향과 큰 그림을 갖고 옮기며 긍정적으로 이끌어 오셨다”고 전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도록

 

신호철주교 임명자는 22일 교구청에서 임명 발표 직후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교구장 주교님을 잘 보필해 교구를 위해 힘쓰고, 동료 사제, 교구민과 함께 걸어가면 주님께서 기뻐하시지 않겠는가 생각했다”고 임명 소감을 전했다.

 

신 주교임명자는 “어머니께서 저를 수태하셨을 때부터 사제의 길로 들게 키워보겠다고 마음먹으셨고, 어머니의 기도와 보살핌 속에 신학교에 가게 됐다”고 했다. 신 주교는 “교수 신부님들께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당황스럽게 하는 신학생이기도 했다”면서 “5학년 때엔 운동을 좋아하다가 ‘네가 신부가 되기 싫구나!’ 하고 크게 꾸지람을 들은 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매진한 기억도 있다”고 전했다.

 

신 주교임명자는 학교에 오래 몸담아온 만큼 “저출산과 지역 젊은이 감소로 학령인구가 줄고, 많은 사립대가 위기에 처한 것은 우리 교구와도 뗄 수 없는 문제”라면서 “부산, 울산 지역 젊은이와 교육과 관련한 문제를 앞으로도 고민하고 방향을 모색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례학 박사로서 전례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신 주교는 “전례는 신자들이 그 안에서 주님을 몸과 마음, 감성으로 느끼고, 그래서 은총을 경험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례’가 돼야 한다”면서 “많은 신자가 전례 안에서 따뜻한 마음이 열리고, 하느님 은총으로 위로받도록 돕기 위해 더욱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