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콘월-비엔나-마드리드-바르셀로나 (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가톨릭평화신문 2021.06.27 발행 [1619호]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들이 출현하고 80여 개 나라에 퍼져 우세종이 되면서 글로벌 팬데믹 상황은 여전하다. 하지만 부자 나라들을 중심으로 여러 종의 백신이 빠르게 접종돼 나가면서 우리 생활에 막대한 타격을 줬던 지긋지긋한코로나를 떨쳐낼 날이 머지않으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상반기 목표치 1400만 명을 뛰어넘고 1500만 명 접종도 돌파할 예정이다. 이제 국민 3명 중 1명은 접종자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 매일 발표되는 수치적 상황보다 우리 마음을 부풀게 하는 것은 올여름부터 ‘트래블 버블’, 즉 일부 방역 안전국가에 한정되더라도 드디어 하늘길이 뚫리고 여행이 가능해지리라는 기대이다. 이러한 기대를 국민들에게 간접 체험시켜준 것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이었는데 정상회의와 국빈 방문이라는 외교적 행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생각은 영국으로 오스트리아로 스페인으로 달리고 있었다고나 할까.
영국 콘월, 작은 바닷가 마을로 잉글랜드의 바다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주는 곳. 이 지역은 로맨틱 코미디로 흥행한 영화 ‘어바웃 타임’의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졌다. 젊은 두 연인 팀과 메리는 런던에서 일하고 런던에서만나고 런던에서 사랑하지만, 팀의 가족이 사는 고향이 바로 콘월이어서 작품 속에는 가끔 가족이 걷는 콘월의 바닷가가 나온다. 결정적으로 팀과 메리의 인상적인 결혼식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엉망진창이 된 피로연이 유쾌하게 그려지는데 바로 콘월의 장면들인 것이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 깊고 특유의 유머가 있는 잉글랜드 스타일이 문득 그리워진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는 또 어떤 곳인가? 머릿속에서도 바로 왈츠가 흘러나오는 예술의 도시. 문 대통령에 대한 국빈 방문에서 오찬은 쇤브룬 궁, 만찬은 벨베데레 궁에서 진행됐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탄성을 질렀을 것이다. 쇤브룬 궁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왕실건축물로 꼽힌다. 벨베데레 궁은 그 유명한 클림트의 ‘키스’가 걸려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식사와 대화를 곁들인 교류를 나누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이 흐른다. 유럽 여행을 꿈꾸는 많은 분이 아마 그 공간에 있는 상상을 함께했을 것 같다.
스페인. 태양의 나라. 영토 거의 중앙에 있는 수도 마드리드는 활기 넘치는 도시이다.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산 미구엘 시장 등 어디나 즐거운 사람들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다시 가보고 싶다고 답한 장소는 바로 프라도 미술관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빈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진 마드리드 왕궁 위 언덕 동네로 가면 ‘코랄 데 라 모레리아’라는 플라멩코 댄스 공연장이 있다. 언젠가 여름,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곁들인 공연 관람으로 스페인의 춤과 노래, 음악 속에 우리네 전통문화에서 한의 정서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무언가가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는데 이번 한-스페인 교류에서 한국과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닮았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공감했다.
스페인에서 한 곳 더. 바르셀로나. 현재는 옛 카탈루냐 공국 독립을 한창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공기이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도시의 다양성과 개방성, 자유의 기질은 어쩔 수 없다. 가우디의 도시 다운 창의성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숙연해지는 인간의 마음 또한 인류 동질의 연대애가 흐른다.
영국 콘월-오스트리아 비엔나-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 코로나19를 극복하면 다시 순례하고 싶은 여행 루트가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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