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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현주 시인 / 꽃나무 곁에서 시 쓰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26.

양현주 시인 / 꽃나무 곁에서 시 쓰기

 

 

꽃아 너, 짧은 한 계절을 놓고 목숨 걸어야겠니?

그뿐,

 

나무가 입은 꽃무늬 셔츠가 벗겨지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점심에 먹은 뼈다귀 해장국 등뼈가 격렬하게

나무를 부둥켜안았다

짐승이 된다는 것은 무시로 허기지는 것

십 년 흘러도 달이나 별, 바람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전송했다

 

꽃이 다시는 아니올 듯

모가지를 내 놓고 낙화하는 순간, 기다림은 길을 낸다

생각이란 하면 할수록 우물처럼 깊어지는 것

생각들은 곰삭아 언젠가는 말로 나오는 것

쉽게 태어난 말은 없다

 

말(言)을 낳는 것은

꽃을 낳는 것보다 아프다

태아로 남아있는 당신의 언어를 알아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간단한 패턴으로 가장 정확한 것은 말이 아니라 눈빛

속일 수 없는 것은 나무의 몸짓 아, 저 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가만히 붉어져 속으로

꽃 핀다

 

꽃은 생각하는 밤이 길고 나무는 침묵하는 시간이 길다

꽃말이 흩날린다

 

 


 

 

양현주 시인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진 슬픔, 행복,

공평하게 나눠가지며

함께 웃고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내가 행복하듯 나로 인하여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진 추억

지우지 않아도 됩니다

모서리에 첫 사랑, 첫 키스의 여운

고스란히 남겨두어도

당신 중심에 내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서로 같아지기 위해 오랫동안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됩니다

 

천천히, 천천히 ...

우리 같은 생각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양현주 시인

충북 괴산에서 출생. 평화 주제 문학작품공모 입상. 월간 스토리 문학 2004 올해의 작품상 수상. 2014년 계간 『시산맥』 시 부문 신인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