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주 시인 / 꽃나무 곁에서 시 쓰기
꽃아 너, 짧은 한 계절을 놓고 목숨 걸어야겠니? 그뿐,
나무가 입은 꽃무늬 셔츠가 벗겨지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점심에 먹은 뼈다귀 해장국 등뼈가 격렬하게 나무를 부둥켜안았다 짐승이 된다는 것은 무시로 허기지는 것 십 년 흘러도 달이나 별, 바람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전송했다
꽃이 다시는 아니올 듯 모가지를 내 놓고 낙화하는 순간, 기다림은 길을 낸다 생각이란 하면 할수록 우물처럼 깊어지는 것 생각들은 곰삭아 언젠가는 말로 나오는 것 쉽게 태어난 말은 없다
말(言)을 낳는 것은 꽃을 낳는 것보다 아프다 태아로 남아있는 당신의 언어를 알아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간단한 패턴으로 가장 정확한 것은 말이 아니라 눈빛 속일 수 없는 것은 나무의 몸짓 아, 저 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가만히 붉어져 속으로 꽃 핀다
꽃은 생각하는 밤이 길고 나무는 침묵하는 시간이 길다 꽃말이 흩날린다
양현주 시인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진 슬픔, 행복, 공평하게 나눠가지며 함께 웃고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내가 행복하듯 나로 인하여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진 추억 지우지 않아도 됩니다 모서리에 첫 사랑, 첫 키스의 여운 고스란히 남겨두어도 당신 중심에 내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서로 같아지기 위해 오랫동안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됩니다
천천히, 천천히 ... 우리 같은 생각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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