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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해일 시인 / 겨울 선인장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7.

손해일 시인 / 겨울 선인장

 

 

아무도 갈증을 일러준 적이 없다

이 언 땅에

누가 네 삶을 보증하랴

 

뭇 꽃들이

속절없이 꽃잎을 피고 떨굴 때

너는 가시를 기른다

 

독한 술잔을 높이 들라

 

부귀공명을 탐하기에는

네 가슴이 너무 맑고

염량세태를 탓하기에는

네 손짓이 너무 여리다

 

황막한 사막을 그리다

화분에 붙박힌 목숨

이승의 혼곤한 겨울잠

 

혼신의 정을 모은 舍利

 

심령을 사뤄 피우는

첫 불꽃

사보텐

꽃.

꽃.

 

 


 

 

손해일 시인 / 새벽바다 안개꽃

 

 

바다는 육지가 그리워 출렁이고

나는 바다가 그리워 뒤척인다.

물이면서 물이기를 거부하는

모반의 용트림

용수철로 튀는 바다

 

물결소리 희디희게

안개꽃으로 빛날 때

아스팔트에 둥지튼 갑충(甲蟲)의 깍지들

나도 그 속에 말미잘로 누워

혁명을 꿈꾼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덧없는 날들을 어족처럼 데불고

시원(始原)의 해구(海溝)로

 

우리가 어느 바닷가 선술집에서

불혹을 마시고 있을 때

더위먹은 파도는 생선회로 저며지고

섬광 푸른 종소리에 피는

새벽바다 안개꽃

 


 

손해일 시인

1948년 전북 남원 출생.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홍익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1978년 <시 문학> 천료로 등단. 서울대학교 대학 문학상 공모에 「꽃불」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문학의 길로 들어섬. 농민신문 기자.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소월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수상.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 『왕인의 달』 『떴다방 까치집』 『신자산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