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형 시인 / 청어를 굽다 1
청어살을 발라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 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 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 나가면 내 혀끝에 풀리는 바다 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 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목에 걸려 아팠다 그러나 저녁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청어의 가시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을 찾아가다 만나는 바다의 선물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오늘 밤 이불 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가시 속에서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 달고 바다로 달아난다
전다형 시집 <수선집 근처> 푸른사상
전다형 시인 / 청어를 굽다 2
저녁 식탁 위에서 마음의 지느러미를 달고 바다로 돌아간 청어 한 마리처럼 어제 띄운 화해의 긴 편지 그대가 사는 번지를 잘 찾아갔는지 어쩌면 나에게 말의 가시가 더 많았는지 가시를 감추어둔 나의 말이 그대 목구멍에 상처를 남겼는지 다시 청어를 구우며 서툴게 발음해 보는 용서와 화해 내 말 속에 가시를 걷어내고 그대 가시 속에 숨은 말을 찾아 싱싱한 소금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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