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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신혜 시인 / 전야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27.

김신혜 시인 / 전야제

 

 

 폭죽이 터지는 곳에 갔다

 기뻐할 일이 많았다

 아주 기쁘면 눈물이 난다는

 말을 실감할수 있었다

 

 폭죽이 터질 때마다

 고양이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나는 지뢰를 밟은 병사처럼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귀를 막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지도 않았다  

 

 셋, 둘, 하나

 심장이 터지는 순간

 눈물이 터지는 순간

 눈물이 칼끝처럼 딱딱해져서

 심장에 꽂히는 순간

 

 고양이가 하품할 때마다 보이는 작은 이빨들이

 탄환이 되어 반짝거렸다

 폭죽이 없는 곳에서도

 폭죽 냄새를 맡을수 있었다

 

 뜨겁게 뛰는 심장을 꺼내

 찬바람을 맞게 하고 싶었다

 

 내가 던져버린 심장을

 새들이 음악에 맞춰 쪼아 먹는 순간

 

 달력을 한 장 넘기듯이

 이 기쁨이 사라지기를 바랐다

 

2021 봄 《시사사》중에서

 

 


 

 

김신혜 시인 / 목조저택

 

 

산양을 안고 목조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품속에서 산양은 아직 따듯하고

저택 안은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바닥이 삐걱인다

기울어진 바닥 속으로 손을 뻗는다

 

산양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산양의 냄새가 밴 나무가 검게 물든다

산양을 벽에 걸어 놓으면 이 저택과 잘 어울릴까

 

창문 너머엔 빛이 가득하다

그건 거대한 액자 같다 액자 속에서

박제된 짐승들이 매달려 있다

이곳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귓불을 타고 진물이 흐른다

 

이곳은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

바닥은 차갑고 아무리 볼을 비벼도

따듯해지지 않는다

 

나무 바닥을 뜯어낸다 뜯어낸 만큼의

어둠이 그 속에 잠겨 있다

창문 너머와는 무관하다는 듯이

 

산양은 보이지 않고 산양의 발굽 소리만

귓가에 울려 퍼진다

 

눈을 감고 썩은 나무 냄새를 맡는다

부패한 산양이 바닥에 스며들고 있다

 

김신혜 외, 『시와 표현』 12월 호, 시와 표현, 2018

 

 


 

김신혜 시인

1991년 서울 출생. 상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졸업. 2018년 《시인동네》 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