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빈 평화칼럼]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가톨릭평화신문 2021.12.12 발행 [1641호]
내년 3월 9일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90일도 남지 않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서서히 절정을 향하고 있지만, 각종 여론 조사의 공통점은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과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투표 참여 의지가 높은 1500만 명의 20, 30대 청년 표심에서 부동층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표심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 후보 가운데 지금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과 공약(公約)이 없고 시대 정신이 담긴 미래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은 ‘묻지 마’ 지지와 비난에 속지 않는다. 과거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거짓말과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도 현혹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가장한 거짓의 입인지를 식별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무리한 공약(空約)인지 철저히 검증할 능력도 있다.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나름의 식견과 견해도 갖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대선 후보들은 20세기 냉전 시대의 유산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에 지역 간 대결 구도로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이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자질과 모습은 무엇일까? 우선, 정의롭고 공정한 대통령이다. 화려한 이미지와 언변, 높은 학벌과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숨기고 천박한 속임수로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는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며 빈부 격차와 불평등 해소 대책에 매진하면서 공동체를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후보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선판은 어떠한가? 후보들 즉 그들만의 싸움이다.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정책 대결은 뒷전이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정책도 숫자에만 매달려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정책과 비전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뿌리는 오늘의 씨앗이다. 정책의 씨앗이 내일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정책과 비전은 구체적인 대상과 실현 가능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법과 제도적인 보완 대책이 수립되고 새로운 정책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대결과 고립을 자초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아닌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한반도 평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5년 동안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시대 정신이 담긴 비전이 7일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유권자인 국민이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하며 좌불안석하는 격이다.
국민은 공감하고 소통하며 분열과 갈등을 통합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이며, 통치한다는 것은 국민을 섬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식량을 넉넉히 하고 무기를 충분하게 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 정치라며 이 셋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백성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대통령은 설 자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지금 국민은 가난하게 사는 것, 어린 나이에 미혼부모가 된다는 것, 장애인으로, 노인으로, 이주민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는 대통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시대가 원하고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책과 개혁 과제를 추진할 때 강하게 비판하는 정치적 반대파에게 먼저 다가가 수백 번의 토론과 연설을 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대통령.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편에게 승리의 박수를 기꺼이 보내는 대통령. 과연 어느 후보가 국민이 원하는 이런 대통령일까?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꿈과 희망을 품게 하며 국민으로서 행동으로 동참하고 싶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기꺼이 나도 한 표를 던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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