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시인 / 안개 행적
울창한 꿈들이 밤새 집단으로 빠져나와 숲속을 거닌다
지상을 서성거리는 흰 발들 수만 개 찢어진 마음도 가볍게 들고
아득하게 열린 길 보이지 않는 길을 발들이 간다
흐느끼는 목소리 도란도란 목소리 주워들고 웅크린 나무들의 가슴을 열어준다
곤두세운 얇은 귀를 만지고 핏발선 붉은 눈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들이 수만 개 발 따라 어둑한 길
뱀처럼 소문 없이 달처럼 부드럽게 다녀간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4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철 시인 / 바람의 사랑 외 1편 (0) | 2022.09.18 |
---|---|
마종기 시인 / 어머니의 세상 외 1편 (0) | 2022.09.17 |
김금용 시인 / 빨간 양말 신은 비둘기 외 1편 (0) | 2022.09.17 |
윤재철 시인 / 빨간 우체통 외 1편 (0) | 2022.09.17 |
서안나 시인 / 어떤 울음 외 1편 (0) | 2022.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