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용 시인 / 빨간 양말 신은 비둘기
뚝섬역 역사로 들어온 빨간 양말 신은 비둘기 조심성 없이 사람 사이를 비집으며 내게 다가온다 전철 천장 틈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을 등에 지고 사각으로 쪼개진 그림자 가운데 멈춰 선다 빛과 어둠을 십자가 창틀에 세워놓고 그 경계선을 밟고 선 비둘기 그는 예수인가 홈리스인가
바큇소리 시끄러운 아수라장에 왜 들어온 것일까 도심 속에서 쳇바퀴 돌리는 나를 왜 찾아 왔을까 지네 다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쇳덩이 바람을 타고 겨울 햇살 넘치는 밖으로 나가자고 말하러 왔을까
그의 희고 검은 반점의 날개 날개만 펼치면 어디든 날아갈 꿈이 있는 비둘기
그를 쫓아 달리는 빨간 모자 쓴 어린아이처럼 나도 그를 쫓아 달릴까 보다. 내 안에도 빨간 피터 팬 모자가 있으니깐 날갯짓해볼 심장이 있으니깐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역驛》 2021년
김금용 시인 / 경계 밖에 서 있다
한 무리의 소가 낯선 얼굴이라고 눈길도 주지않고 지나간다 차도로 흘러내리는 노을 자락을 밟으며 건너간다
나와 그들 사이에 공집합이 없던 걸까
신호등을 지키는 내가 몇 겹의 옷으로 배꼽을 가린 내가 인사 없이 지나가는 그들 앞에서 왜 이리 부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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