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철 시인 / 빨간 우체통
누구에게도 아직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쯤은 있어 빨간 우체통 거기 서 있다 키는 더 자라지 않는 채 짜장면집 배달통처럼 모서리는 허옇게 빛도 바랜 채 차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신호등 앞 길가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하루 종일 하품하며 그래도 누구에게나 아직 받고 싶은 편지 한 통쯤은 있어 빨간 우체통 거기 서 있다
-『서울신문/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윤재철 시인 / 봄사월
비구니 있던 암자에 비구승이 주지로와 앞마당 화단가 노란 붓꽃 난만하게 피었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앞산에 뻐꾸기 울고 해는 길어 저물줄 모르는데 비구승은 절 놔두고 뒷산에 토굴 짓는다고 하루종일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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