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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청륭 시인 / 반딧불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18.

박청륭 시인 / 반딧불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그 많은 별 반딧불일 주셨습니다.

온 하늘 뒤 덮은 별, 반딧불이가

봄 방학 마친 개학 첫날

대청소 때,

온천지 날아다니며

우리들 콧구멍으로 들어간 그 많은 먼지들

우리들 몸속에서도

깜빡 깜박 불빛을 밝히며 날아다닙니다.

그날 밤

우리들 달콤한 잠, 꿈 속에서도

환하게 밝혔습니다.

 

-《문학과 창작》 2014년 가을호

 

 


 

 

박청륭 시인 / 등불

 

 

먼 마을 등불이

눈에 묻힌다

질척이는

뻘밭, 어둔 상처도 묻히고

거리마저 잡히지 않는

폭설의 깊이 속으로

바다도 잠긴다

봉두난발 대밭도 묻히고

지금은 없어진지 오랜

혼령들의 검은 그림자,

다 내려앉는 소금창고도 묻힌다

묻히고 묻혀

이젠 더 묻힐 곳도 없는

큰 몸집,

맨살의 뻘밭만이 밤새 뒤척이고 있다

 

- 시집 <황금 전갈>에서. 2006 현대시> 출간

 

 


 

박청륭 시인

1939년, 일본 쿄토(京都)에서 출생. 계명대 교육과 졸업. 부산대학교 대학원.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불의 가면> <세상에 섰는 것은 다 부러진다> <사막은 고장이다> <낙타와 함께 가는 맨하탄> <내 오일 파이프 전립선도> 시론집에 『現代詩評說』이 있음. 2001년 부산시협상 본상 수상. 1975.~1999. 부산 동주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