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륭 시인 / 반딧불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그 많은 별 반딧불일 주셨습니다. 온 하늘 뒤 덮은 별, 반딧불이가 봄 방학 마친 개학 첫날 대청소 때, 온천지 날아다니며 우리들 콧구멍으로 들어간 그 많은 먼지들 우리들 몸속에서도 깜빡 깜박 불빛을 밝히며 날아다닙니다. 그날 밤 우리들 달콤한 잠, 꿈 속에서도 환하게 밝혔습니다.
-《문학과 창작》 2014년 가을호
박청륭 시인 / 등불
먼 마을 등불이 눈에 묻힌다 질척이는 뻘밭, 어둔 상처도 묻히고 거리마저 잡히지 않는 폭설의 깊이 속으로 바다도 잠긴다 봉두난발 대밭도 묻히고 지금은 없어진지 오랜 혼령들의 검은 그림자, 다 내려앉는 소금창고도 묻힌다 묻히고 묻혀 이젠 더 묻힐 곳도 없는 큰 몸집, 맨살의 뻘밭만이 밤새 뒤척이고 있다
- 시집 <황금 전갈>에서. 2006 현대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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