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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외수 시인 / 춘천에 걸린 달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5.

이외수 시인 / 춘천에 걸린 달

 

 

복사꽃 눈발처럼 날리는 봄밤

달빛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할아버지

이 세상 어디에 무릉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만히 지팡이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네

춘천에 휘영청 달은 밝은데

춘천에 휘영청 달은 밝은데

복사꽃 눈발처럼 날리는 봄밤

 

복사꽃 물에 흘러 어디로 가나

달빛 아름다운 밤에 들려오는 강물소리

이 세상 어디에 사랑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어느새 자욱한 강물 소리 내 가슴에 차오르네

춘천에 휘영청 달은 밝은데

춘천에 휘영청 달은 밝은데

복사꽃 눈발처럼 날리는 봄밤

 

 


 

 

이외수 시인 / 구름 걸린 미루나무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세상 떠돌았지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이외수 시인 / 지렁이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이외수(李外秀) 시인 (1946-2022)

1946년 경남 함양 출생. 춘천 교육대학 중퇴. 1972년 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이 당선, 문단 등단. 1975년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의 신인문학상 수상. 단편 <꽃과 사냥꾼> <고수> <개미귀신> <자객열전> <틈> 중편 <장수 하늘소> 장편<꿈꾸는 식물> <들개>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산문집 <내 잠속에 비 내리는데>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감성사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등. 2022.04.25 폐렴으로 별세. 향년 7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