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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명수 시인 / 모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5.

김명수 시인 / 모자

 

 

울타리 철책 너머

목 긴 기린이

그린 듯이 서 있다

 

- 아지랑이 일렁이던

메마른 초원

 

먼지 내린 손눈썹

볼을 움찔거리네

 

봄아! 지금이 4월이니

네가 만약 소년이면

 

저 기린 머리 위에

색채의 모자라도

씌워주려므나

 

시집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에서

 

 


 

 

김명수 시인 / 무지개​

 

아이가 걸어간다

혼자서

어여쁜 꽃신도 함께 간다

 

이 세상에서 때 묻지 않은 죽음이여

너는 다시 무지개의 칠색으로 살아나는가

 

아이가 걸어간다

아이가

 

한밤중 불 같은 머릿속 다 헹구고

간밤의 비바람 폭풍우 다 데리고

 

오늘은 다소곳이 걸어간다

눈물도 꽃송이도 다 데리고 걸어간다

 

아가야

네가 남긴 환한 미소

내 가슴에 남겨준 영롱한 기쁨

그런 것 모두 다 한데 모아

 

오늘은 비 개이고 맑은 언덕

아이가 걸어간다

혼자서

하늘나라로 하늘나라로

무죄의 층계를 밟아 오른다

 

 


 

김명수 시인(아동문학가)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사범학교 졸업. 대구교대 전문학사 학위. 방통대 초등교육학과 학사 학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문학석사 과정 수학.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1980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 시집 <월식> <하급반 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 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등. 동화집 <해바라기 피는 계절> <달님과 다람쥐> <바위 밑에서 온 나우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1980년에 오늘의 작가상, 1984년 제3회 신동엽창작상과 그 후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