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루 시인 / 옥탑방
한 방향을 바라본다 의자에는 구부러진 바다가 앉고 우린 식은 저녁을 나눠먹는다
창문에 걸린 낡은 외투가 살얼음을 입는 동안 라디오 소리는 커져가고 파도소리에 밤은 싸늘해진다
마음은 온기까지 차갑지 않아
깁스를 한 너는 어제의 목발을 집어 던지고 인디언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뒤에서 걷지 말아요 앞에서도 걷지 말고 나란히 걸어요 우리가 혹 하나 된다면 말하 지 않아도 바람을 닮은 얼굴 일거에요
식어가는 방바닥의 온기를 입술로 덮는다 동으로 남으로 북으로 무지개는 피어오르고
같은 음악 다른 생각으로 흩어지다가도 깍지 낀 손가락으로 밤을 밀면 우린 한 방향이다
- 한국동서문학 2020년 봄호
김루 시인 / 시너지 효과
유리의 왼쪽 창 기준은?
그녀의 의도를 측정해야 하는 나의 하루는 전력질주 마라톤 중입니다 당신의 세계를 어디까지 모방해 드리면 될까요?
몇 장의 사진을 들고 와 작업을 의뢰하는 여인, 모니터로 그녀를 불러들인다 안이 너무 훤히 보여요 점과 점 선과 선 흥미로운 감정의 선으로 가득 채워주세요 카멜레온처럼
정원의 장미를 노란 접시에 담아 공중으로 던진다 아뇨 아뇨 아니에요 저를 던져 주세요 어차피 모방인데요 뭐 혜교처럼 싱그럽게 효주처럼 청순하게 세계를 배경으로 출력하면 어떨까요? 유럽풍이면 더 멋있어 보이잖아요 터무니없는 주문인 줄 알면서 말할 수 없는
저기 손님 창 썬팅은 그냥 벌레 먹은 당신도 맛있어 보임 되지 않나요?
-2013년 시애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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