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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루 시인 / 옥탑방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7.

김루 시인 / 옥탑방

 

 

한 방향을 바라본다

의자에는 구부러진 바다가 앉고

우린 식은 저녁을 나눠먹는다

 

창문에 걸린 낡은 외투가 살얼음을 입는 동안

라디오 소리는 커져가고

파도소리에 밤은 싸늘해진다

 

마음은 온기까지 차갑지 않아

 

깁스를 한 너는

어제의 목발을 집어 던지고

인디언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뒤에서 걷지 말아요 앞에서도 걷지 말고 나란히 걸어요 우리가 혹 하나 된다면 말하 지 않아도 바람을 닮은 얼굴 일거에요

 

식어가는 방바닥의 온기를 입술로 덮는다

동으로 남으로 북으로

무지개는 피어오르고

 

같은 음악 다른 생각으로 흩어지다가도

깍지 낀 손가락으로 밤을 밀면 우린 한 방향이다

 

- 한국동서문학 2020년 봄호

 

 


 

 

김루 시인 / 시너지 효과

 

 

유리의 왼쪽 창 기준은?

 

그녀의 의도를 측정해야 하는 나의 하루는 전력질주 마라톤 중입니다

당신의 세계를 어디까지 모방해 드리면 될까요?

 

몇 장의 사진을 들고 와 작업을 의뢰하는 여인,

모니터로 그녀를 불러들인다

안이 너무 훤히 보여요

점과 점 선과 선

흥미로운 감정의 선으로 가득 채워주세요 카멜레온처럼

 

정원의 장미를 노란 접시에 담아 공중으로 던진다 아뇨 아뇨 아니에요

저를 던져 주세요

어차피 모방인데요 뭐

혜교처럼 싱그럽게 효주처럼 청순하게

세계를 배경으로 출력하면 어떨까요? 유럽풍이면 더 멋있어 보이잖아요 터무니없는 주문인 줄 알면서 말할 수 없는

 

저기 손님

창 썬팅은 그냥 벌레 먹은 당신도 맛있어 보임 되지 않나요?

 

-2013년 시애  7호

 

 


 

김루 시인

2010년 《현대시학》 제21회 신인상 통해 등단. 제21회 울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