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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진경 시인 / 욕망의 작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0.

정진경 시인 / 욕망의 작살

 

 

몽골 야생마가 풍덩 바다로 뛰어 든다

 

쇼윈도 쇼핑 전시물이었던 산호초 붉은 옷을 몸에 휘감으며, 그는 어군(魚群)과 어우러지는 유영을 마침표 찍는다 옆구리에 장착한 작살의 날카로운 비늘이 욕망을 포획하는 스쿠버다이버 장비로 돌아온다

 

바다와 동반자로 살아온 그가 몽골 야생마로 변한 건 지난 밤 누군가와 다툼이 있은 후다 눈에서 풍기는 비린내, 조절되지 않은 감정의 잔해가 바다에 풍파를 일으킨다 그가 한 결정적인 실수는 초원을 질주하는 야생마로 물고기를 포획한 것, 홈그라운드에 맞지 않는 심리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질주에 눈멀어 바다 시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욕망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작살이 물고기를 관통하여 그에게로 날아간다

 

식재료로 전락한 생선과 나란히 병렬되어 있는 그의 주검

 

명중되지 않은 욕망이 살아 움직인다

 

 


 

 

정진경 시인 / IS 강박증=가면사회

 

 

‘ISA 통장의 출시’란 문구에 놀라 가면을 쓴다

내 정체를 얇은 도화지 얼굴로 가리고

수상한 거동을 하는 세상을 뚫어놓은 눈구멍으로 본다

 

눈구멍으로 스펙트럼 되는 불온한 기운

 

어느 한 사람이 마스크를 IS 복면이라 하자

마스크 쓴 무리가 스멀거리며 한 덩이 액체로 움직인다

끈적끈적한 불안이 유동하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씌운 가면,

경고등이 켜진 과녁판을 보듯 마스크 무리를 본다

 

폭력의 상징이 되어버린 복면

불안을 합리화하는 마음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가면이 가왕인 시대를 만든다

 

또 다른 눈구멍으로 스펙트럼 되는 진실 게임

 

진실을 가면 속에서 찾는 실언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진다

 

인간이 술래가 되어 인간을 찾는 가면사회

 

IS 강박증, 복면의 불안이 가면 쓰고 농담을 한다

 

 


 

정진경 시인

1962년 부산에서 출생. 1987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 졸업.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알타미라 벽화』(한국문연, 2003) 『잔혹한 연애사』 『여우비 간다』가 있음.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