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인 시인 / 지느러미 여자
밤새 수평선을 지킨 등대처럼 충혈된 눈알을 좌판 위에 깜박거리는 저 여자, 그 옛날 파도가 삼켜버린 남편이라도 건져 올렸을까 하루종일 염하듯 물을 끼얹다가 울컥, 하얀 포말을 토해낸다 게처럼 어시장을 어기적거리는 행인들 봄 햇살을 떨이하자 물간 생선 거적같은 비닐 봉지에 주워 담으며 구시렁, 구시렁 물고기 숨쉬듯 담배 연기 허공으로 말아 올리는 저 여자, 밀물지는 눈동자에 첫날 밤 꽃이불 같은 저녁 노을 붉게 퍼진다 닳아버린 지느러미 꼼지락거리며 반지하 어항 속으로 투숙한다는 저 여자, 비린내 흘리던 자리에 알을 스는 비늘들 귀갓길 저녁 별로 투두둑, 박힌다
서동인 시인 / 연락선은 오가고
거문도 선창가, 목화다방 섬이 되어버린 아가씨들 수척한 가슴에는 목화 한 송이 피어나지 않았어 잡초 무성한 초등학교 가로지른 언덕배기 영국군 묘지 향해 물결치는 바다는 질긴 남도 사투리로 속앓이하고 있었지 내리막길 낯선 방문객 기침소리에도 들썩이는 폐가는 집 떠난 주인 기다리다 지쳐 서까래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었어 삼호교 지나 철 지난 해수욕장, 섬 아이들 알몸 훔쳐보는 갈매기들 뒤쫓아 신선바위 가는 길, 축축하게 젖은 동백숲에 땀으로 범벅된 뱀들이 스치는 그 오싹함이라니, 신선이 되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구 고지가 바로 저긴데, 기와집 몰랑 쪽빛 남해에 발 담근 신선바위처럼 신선이 되어버린 나그네, 들끓는 가슴에 물길을 내는 연락선은 오가고, 뭍에서 훔쳐 온 섬들을 오랫동안 방생하고 싶었어 아주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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