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 시인 / 가위 감성주의
수많은 각오가 사각의 모서리까지 꽉 차있었다 오래전에 더 오래전에 했던 나와의 약속 이제는 찾기 힘들어졌다 과거의 각오가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푸른 크레용으로 그려 놓은 바다위로 오려진 것들이 마구 흩날리고 있다
똑같지 않은 슬픔이 점점 늘어나고 무수한 절망의 행간들을 뛰어넘어보려 한 뭉치의 또 다른 각오를 던져 놓았다 소용없음을 깨달은 건 잠깐 이었다
내 늑골아래 심었던 핏빛 시클라멘이 툭툭 모가지고 부러지고 있어도 뭉그러진 손톱사이 들어앉은 균들을 가위로 후비면서 얇은 셀로판지 같은 꿈을 부여잡고 있다
푸른누드*를 가져와 꿈을 다시 오리기 시작한다 귀를 간질이는 소리 사각 사각… 사각의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바다의 산호초가 흐르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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