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옥 시인 / MRI판독
누가 계실까
둥글게 휘어져 텅 빈 갈비뼈 안, 어둠을 향해 열려있다 드러나는 마디와 마디에는 섬세한 우주의 질서가 흐르고 밤하늘 흰 손가락뼈의 조합은 은하의 꽃모양 축을 따라 이어지는 두개골 검은 두 구멍 밖으로 열려있는 우주의 꽃 뒤엉킨 꿀벌 덩어리 눈썹이 자란다 크거나 작거나 아름다운 뼈마디의 자물림 어둠 속 빛이거나 어둠이거나 별이거나 별자리이거나 질서를 이루는 영원의 세계에 스스로 빛나는 마디뼈 누가 판독할까 오장육부 없는 검은 허공에 걸린 흰 허울 움막으로 모여드는 꿀벌 날개 터는 소리 저마다 다른 몸짓 다른 언어로 마디의 관계를 유지하는 거리를 재고 있다 모르고 살아온 자신의 내력 세세히 읽고 있다 존재에서 사라진 꼬리뼈를 추억하거나 톡톡 튀다가 사라져버린 꿀벌의 방을 추억하거나 별들의 소란함을 판독하거나 사라지거나 자주 깜박이는 것 축이 기울어질 때 아득해지는 별빛의 눈 어둠을 향해 열려있다
누가 보내는 신호일까 텅 빈,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보내오는 통증
손톱이 자란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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