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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정강 시인 / 조팝꽃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8.

김정강 시인 / 조팝꽃

 

 

덜 여분 감자를 구어 먹던 날

복남이는 물에 빠져 죽었다

귀에는 마른 쑥 비벼 넣고

추워 가지 빛이 된 입술

달구어진 강변에 앉아 먹는

감자는 달디 달았다

강물에 횃불로 참빗질을 하던

마을 장정들

울음 섞인 어둠은 숨막히게 하더니

거적대기 덮힌 복남이는

풀벼개도 없이 누워 있었다

저승 가서는 배고프지 말라고

퉁퉁 불은 싸늘한 입에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떠 넣고

허연 밥을 강물에 던지던 복남엄니

삼대독자 외아들을 강물에 띄우고

설핏 해질녘이면 사립문 밖에 나와

'밥 먹어라' 아들 부르는 그녀를

동네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그 때 강물에 던진 밥이 꽃으로 피었는지

휘늘어진 가지에

덕지덕지 매달린 밥태기

허면 밥태기,

 

 


 

 

김정강 시인 / 그림 한 장

 

 

어린 동생 어루시며

이 세상 다 안고 계신 듯

행복해 하시던 어머니 모습

 

마당가 빨래줄

펄럭이는 하얀 기저귀

 

참새들 우르르 자유타고 날아가 버리고

광주리 사이로 쏟아 내리는 빛의 춤사위

 

낮은 담장 너머엔

키 다 자란 접시꽃 행렬

굴렁쇠 굴러서

아이들 내일 잡으러

오는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날

 

그렇게 감꽃은

안락의 치마 위로

오월을

떨어트렸지.

 

 


 

김정강(金靜江) 시인

1944년 대구 출생. 2010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수필집 「사람들 사이에 부처가 있다」, 「부부 그 영원한 수수께끼」. 「은빛 날개」, 대구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대구수필가협회, 영호남수필회, 국제펜클럽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