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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연옥 시인 / 노루귀 사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8.

이연옥 시인 / 노루귀 사랑

 

아직은 옷깃을 올리고

햇살이 대문을 열지 않은 때

살그머니 봄의 문틈을 비집고

햇살 한줄기 당기는 노루귀

작디 작아서 밟힐 것만 같아도

온 산을 먼저 달구는 여린 불꽃

언 땅을 녹이며 솟아나

해사하게 피어나는 살풋한 웃음

사랑을 사랑인 줄 모르는 내게

때 아닌 눈꽃으로

차갑게 묻어둔 사랑 하나

햇살처럼 부추기고 있다

 

 


 

 

이연옥 시인 / 목련

 

 

오늘 아침 떼 지어 날아오른다

 

겨우내 성충이 되기까지

빈 그물 손질하며 꾸민 허공의 모의였나

 

꽉 잠겨서 속수무책이던 밤을

활짝 열어젖히고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하얀 군무다

 

무한히 날아올라라

흐린 안개 걷어 올리고

 

나비의 군무로 날아라

 

 


 

이연옥 시인

1997년 월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상, 2010년 계간 《예술가》에 시를 발표하고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한강, 1999년)과 『연밭에 이는 바람』(월간문학, 2008년), 『나비의 시간』(현대시학, 2016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