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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정원 시인 / 사경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10.

박정원 시인 / 사경

 

 

고요한 새벽강가

꽃뱀에게 돌팔매질한 것이 사뭇

마음 길을 흩뜨린다

 

그가 다녀간 날도 이랬겠지

 

붓촉을 다잡으려면 지나온 투정만큼 더 묵어야 되는데

품어야 할 그는 문장으로써만 왔다가고

내 속은 잔바람에도 금세 찢어질 호수면 같다

 

아서라! 생은 남기지 않음으로 비로소 기록되느니

 

성스럽다는 것은

수천 년 전에 올린 신전이 아니라

변치 않게 와 닿는 지수화풍

 

머물지 않는 그들의 그림자처럼

써내려간 마음도 구겨지면 버려야한다

무엇을 더 움켜쥐려 하느냐

 

무릎을 꿇는다

먹물이 번진다

하늘을 그러쥐었던 구름마저 강물 속으로 잠긴다

 

절집 한 채 들였는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이

언뜻 그가 왔다간 듯도 하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박정원 시인

1954년 충남 금산 출생.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 『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 『뼈 없는 뼈』 『고드름』 등이 있음. 제10회 푸른시학상 수상. 2007. 제7회 시인정신작가상 문학상.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함시> 동인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