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시인 / 뼈의 행동반경
오래된 무덤을 파묘해보면 가지런해야할 뼈들이 조금씩 흩어져 있는 일이 있다네요
그건, 죽음이 죽음을 온전하게 데려간 흔적이라고도 한다는데요 그러니 어떤 죽음이든 그 형태는 허술해지고 마는 일이겠지요 아무리 견고하게 묶은 결박도 다만, 육신의 일일 뿐이니까요 육신으로 정한 것들치고 정확힌 것들이 어디 있나요 이곳저곳 아픈 몸으로 끌고 온 일들 중에 버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왜 없었겠어요 자신의 몸에서 화농과 부패와 미물들과 한판 걸 지게 놀고 난 다음 깨끗하게 정리된 뒤에 야나 비로소 죽음, 고요로 드는 일일 테니 뼈의 위치들이 조금씩 엇갈려있다 한들 대수로운 일은 아닌 셈이지요 삶을 지탱하는 것들, 단단한 뼈들이 아니라 잡다한 것들 이었다는 증거인 셈이지요 하물며 살아서도 자꾸만 몸에서 멀어지고 엇갈리는 뼈들이 있어 손닿지 않는 몸의 구석이 가묘(假墓)처럼 있는 걸요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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