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시인 / 사경
고요한 새벽강가 꽃뱀에게 돌팔매질한 것이 사뭇 마음 길을 흩뜨린다
그가 다녀간 날도 이랬겠지
붓촉을 다잡으려면 지나온 투정만큼 더 묵어야 되는데 품어야 할 그는 문장으로써만 왔다가고 내 속은 잔바람에도 금세 찢어질 호수면 같다
아서라! 생은 남기지 않음으로 비로소 기록되느니
성스럽다는 것은 수천 년 전에 올린 신전이 아니라 변치 않게 와 닿는 지수화풍
머물지 않는 그들의 그림자처럼 써내려간 마음도 구겨지면 버려야한다 무엇을 더 움켜쥐려 하느냐
무릎을 꿇는다 먹물이 번진다 하늘을 그러쥐었던 구름마저 강물 속으로 잠긴다
절집 한 채 들였는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이 언뜻 그가 왔다간 듯도 하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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