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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29) 우리 민족의 상징 소나무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11.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29) 우리 민족의 상징 소나무

사라져가는 소나무

가톨릭평화신문 2022.12.11 발행 [1690호]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나무를 조사할 때마다 매번 첫 번째를 차지하는 나무가 있다. 독자 여러분들도 짐작하시겠지만 소나무이다. 올 8월 국립산림과학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소나무가 1등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대표 나무 12 수종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 약 38%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고, 2위인 단풍나무는 17%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차이도 꽤 크다. 왜 우리 국민들은 소나무를 좋아하는 것일까? 일반 국민은 소나무가 경관이 아름답고 환경가치가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고, 전문가 집단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 예술 작품에서도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상징과 기상을 나타내는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의 산림자원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우리 숲의 약 26%가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표 나무이다. 소나무는 거리나 공원 그리고 깊은 숲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소나무를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가장 잘 나타낸 그림은 아무래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아닐까 한다. 그림 오른쪽 위로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의 화제 ‘세한도(歲寒圖)’가 쓰인 이 그림은 조선 헌종 때 제주에 유배 중이던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는 낙랑 장송을 그려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을 드러낸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대부분 굽어 자라서 목재로서의 가치는 별로 높지 않다고 하는데, 경북이나 강원도 지방의 소나무를 보면 늠름하고 곧게 자란다. 금강소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들은 경복궁과 남대문 등 국보급 문화재의 복원에도 사용되는 소나무로 문화유산의 가치가 매우 높다. 조선 시대에는 소나무를 왕실의 궁궐 복원이나 관으로 쓰기 위해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하고 ‘황장금표(黃腸禁標)’라는 비석을 세워 보호하였다.

 

이런 소나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우선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에 기인한다. 소나무는 햇볕을 좋아하고, 황폐한 땅에서 먼저 뿌리를 내리는 특성을 가진 자연 천이의 초기 단계에서 번성하는 나무이다. 그래서 천이가 전성기를 이룰수록 참나무류와 같은 다른 나무들에 자리를 빼앗긴다. 또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없어진다. 만일 다른 조건들이 그대로라면 평균기온이 1°C 상승하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소나무가 자라는 지역의 약 55%가 부적합한 지역으로 변환한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소나무가 죽어가는 또 다른 원인은 ‘소나무재선충’이라는 병에 의해서이다. 솔잎혹파리라는 곤충이 매개하는 이 병은 소나무의 물과 영양분을 전달하는 통로를 막아버려 죽게 한다. 아직 치료제가 없어 일단 감염되면 다 고사하는 이 병이 엄청난 속도로 번지면서 소나무 숲을 없애고 있다.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소나무의 특성에 잘 살려 체계적인 관리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온난한 지방이지만 멋진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기후 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소나무의 육종과 천이의 과정에서 소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꾸준하게 마련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원섭 라파엘 교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