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용 시인 / 어린이 나라
어린이 나라는 돌도 합창을 해요 복동이는 방안의 횃대를 타고 악마를 잡으러 산 너머로 갔어요 순이는 베개만 업으면 모래로도 맛난 밥을 지어줍니다 어린이의 나라는 어른들이 못하는 일을 다 하지요 자동차는 슬쩍 날아올라 사람을 비켜요 병아리도 배추와 악수하는 사인걸요 복동이는 얼굴을 교실 창 밖으로 내밀었어요, 보세요 얼굴이창보다 더 크네요 산위로 점잖이 올라오는 햇님의 머리카락과 수염은 순금純金이구요 꽃들은 서로 모여 재미나는 얘기를 해요 어린이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요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은 손짓해요 "내가 이쁘지 어서 따 가지려므나 그럼 무슨 소원이건 이루어줄게” 공주는 책 속에서 나오더니 "바둑이는 두견새 우는 산에 묻혔다" 며 울먹이어요. 복동이는 제일 위험한 나무에 올라가 능금을 따서 순이에게 주며 “내일아침이면 바둑이가 돌아올 테니 슬퍼 마" 하고 위로했어요. 어린이의 나라는 거짓말이없어요 그들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새로운 발견을 해요. 그들은 구름과 연필과도 합창하는 목소리인걸요
김구용 시인 / 이별
해골처럼 결구된 침목과 턴넬로 무거운 차 바퀴가 굴러 내린다. 몸은 어디로 가건만 마음은 미명에 떠나온 항도로 지나온 레일을 다시 달리어 간다. 앞 뒤로 뻗는 무한의 속도! 바람이 일어난다. 수많은 사념의 낙엽이 공간에 확 풍긴다. 빨간 산들, 썩어 문드러진 초가들, 돌밭을 파는 사람들이 차창 에 가득히 흐른다. 뱅뱅 돌아가는 적막한 풍경에서 포탄처럼 나의 면상에 날아오는 모습의 광대, 그리운 얼굴, 상냥한 얼굴, 병든 얼굴, 착한 얼굴, 슬 픈 얼굴, 심각한 얼굴, 외로운 얼굴, 점잖은 얼굴, 냉정한 얼굴,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낱낱이 나의 뇌리를 뚫고 사라지며 다시 돌아오며 앞 뒤에서 부 르고 있다. 나의 겹겹이 교우된 마음 위를 기차는 달린다. 나의 길은 어지러이 분산하는 레일을 헤치며 어디로 뻗는지 알수 없다. 일시에 무엇이 붕 괴하는 듯한 음향이 일어나고, 온통 총알을 둘러 쓴 벽이 끊어지면서 폐허의 촌역은 조각 조각 흩어져 달아난다. 나는 존경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 람, 정든 사람, 친한 사람들을 두고 이지 못하며 어디로 가고 있나뇨. 어째서 가야만 하나뇨. 혼잡한 승객들은 어떻게 나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뇨. 그러나 이유는 언제고 나의 과중한 여패가 된다. 조각 달은 내 이지러진 인내처럼 부옇게 걸렸다. 눈을 감으면 바람이 뺨에 시리다. 내 몸이 점점 멀 어져가는데, 생각은 그리운 과거로 모여든다. 갈수도있을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나의 내부를 기차가 소리치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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