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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사공정숙 시인 / 우산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14.

사공정숙 시인 / 우산

 

 

비 오시는 날

우산 하나 넉넉히 펼쳐 들면

우상 속으로 세상이 들어온다.

우산 크기만  한 세상을 오롯이 차지하고

기쁨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하고 사랑이기도 한

아주아주 작은 기억의 입자들이

촉촉이 스며 내리는 우산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우산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

꿈속으로 들어오면

골목길 따라, 한길 건너,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서도

새의 둥지, 원두막, 갖추 세운 짚더미, 피어오른 연꽃,

어느 여름 박하향기 풍기는 수풀 길을 거닐던

하오의 햇살과 소나기를 추억한다.

 

좋은생각 6월호중에서

 

 


 

사공정숙 시인

2005년 《문학시대》 시 등단. 1998년  《예술세계》 수필 등단, 저서로는 시집 『푸른 장미』 수필집 『꿈을 잇는 조각보』, 산문집 『노매실의 초가집』, 『서울시 도보 해설 스토리북』가 있음. 현재 계간 『문파』 주간,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