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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왕노 시인 / 1월과 2월의 노래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14.

김왕노 시인 / 1월과 2월의 노래

 

 

 1월과 2월 사이를 건너가는 내 노래는 내 속에 잠들어있다. 동면하고 있다. 동면해도 노래에 흐르는 실핏줄의 온기, 노래의 태동을 느낄 수 있다. 노래와 나와 탯줄처럼 이어진 연대감으로 가난한 내 노래, 헐벗었던 내 노래, 태아가 자라듯 자라고 있다. 1월과 2월 사이 겨울 생인 내 안에 노래가 있다. 추위를 이기라고 숨긴 것이 아니라 세상이 노래여, 노래여 찾지 않아서가 아니라 부르면 마스크를 쓰고 불러야 될 래, 마스크를 쓰고 들어야 할 노래라 내 당분간 내 안에서 겨울 짚더미에 파고들어 잠든 생쥐처럼 노래는 잠들어야 한다. 자꾸 이빨처럼 자라는 겨울 꿈으로 어 둠을 갉아대며 사실 1월과 2월 사이에 노래를 하면 칼바람에 내 노래가 상처 입고 비록 뜨거운 노래로 얼음이 녹아 졸졸졸 소리를 내지만 곧 얼어버리므로 노래가 비굴한 것이 아니라 비굴한 내가 1월과 2월 사이에 노래는 뜨거운 풀뿌리처럼 내 가슴에 꽉 차 살아있기 바란다. 1월과 2월을 이긴 노래, 겨울을 이긴 노래여야 어느 봄날 대 합창으로 혁명의 불길 활활지필 노래가 되므로 그때까지 내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기를, 가끔 흔들어 깨웠다 잠재우는 내 노래, 끝내 1월과 2월 사이를 건너가는 노래는 세상을 이기는 노래, 겨울을 이기는 노래, 먼 훗날 세상 모든 이파리를 생명의 춤사위로 파닥이게 할 노래, 두 손을 단정히 모으고 그대에게 아아 오오 불러줄 노래, 은하수까지 번져갈 노래, 노래의 리듬으로 내 삶의 리듬마저 찾을 1월과 2월 사이의 내 노래. 내 꿈인 노래가 단잠에 들어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월호 발표

 

 


 

김왕노 시인

1957년 경북 포항 동해 출생. 공주교대 졸업. 아주대학원 졸업.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등이 있음. 2003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년 제7회 박인환 문학상, 2008년 제3회 지리산 문학상, 현재 웹진『시인광장』 편집주간,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 디카시 상임이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