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시인 / 1월과 2월의 노래
1월과 2월 사이를 건너가는 내 노래는 내 속에 잠들어있다. 동면하고 있다. 동면해도 노래에 흐르는 실핏줄의 온기, 노래의 태동을 느낄 수 있다. 노래와 나와 탯줄처럼 이어진 연대감으로 가난한 내 노래, 헐벗었던 내 노래, 태아가 자라듯 자라고 있다. 1월과 2월 사이 겨울 생인 내 안에 노래가 있다. 추위를 이기라고 숨긴 것이 아니라 세상이 노래여, 노래여 찾지 않아서가 아니라 부르면 마스크를 쓰고 불러야 될 래, 마스크를 쓰고 들어야 할 노래라 내 당분간 내 안에서 겨울 짚더미에 파고들어 잠든 생쥐처럼 노래는 잠들어야 한다. 자꾸 이빨처럼 자라는 겨울 꿈으로 어 둠을 갉아대며 사실 1월과 2월 사이에 노래를 하면 칼바람에 내 노래가 상처 입고 비록 뜨거운 노래로 얼음이 녹아 졸졸졸 소리를 내지만 곧 얼어버리므로 노래가 비굴한 것이 아니라 비굴한 내가 1월과 2월 사이에 노래는 뜨거운 풀뿌리처럼 내 가슴에 꽉 차 살아있기 바란다. 1월과 2월을 이긴 노래, 겨울을 이긴 노래여야 어느 봄날 대 합창으로 혁명의 불길 활활지필 노래가 되므로 그때까지 내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기를, 가끔 흔들어 깨웠다 잠재우는 내 노래, 끝내 1월과 2월 사이를 건너가는 노래는 세상을 이기는 노래, 겨울을 이기는 노래, 먼 훗날 세상 모든 이파리를 생명의 춤사위로 파닥이게 할 노래, 두 손을 단정히 모으고 그대에게 아아 오오 불러줄 노래, 은하수까지 번져갈 노래, 노래의 리듬으로 내 삶의 리듬마저 찾을 1월과 2월 사이의 내 노래. 내 꿈인 노래가 단잠에 들어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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