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시인 / 귀향
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 하루를 못 버티고 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 저 대문 활짝 열고 찾아올 동무를 위해 일찍 등불 걸어야지 저 허청엔 닭장을 지어야지 첫닭이 울면 어둑어둑 비질을 하고 동네 한 바퀴 돌아야지 뚝뚝 떨어지는 능소화 꽃잎을 아침마다 주워야지 잉그락불 같은 채송화를 마당 가득 심어야지 불 끄면 마당 가득 쏟아지는 별들을 소쿠리에 담아야지 새들이 오래 놀다 가는 바람의 집을 지어야지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에서
김용만 시인 / 왜
사람들은 왜
가을에는
책을 보라 하나
산을 보라 하지
단풍을 보라 하지
들길 산길 걸어보라 하지
김용만 시인 / 시인
아름다운 것들은 땅에 있다
시인들이여
호박순 하나 걸 수 없는
허공을 파지 말라
땅을 파라
김용만 시인 / 그리운 것들은 땅에 묻을 일이다
뒤란 밭에 쪽파를 심고 무씨를 뿌렸다 푝염 아래 땀이 짰다 돌은 돌이라 반갑고 흙은 흙이라 반갑다 밭이 아홉 개 오늘 또 하나 늘렸다 게으른 놈은 밭이 줄고 부지런한 놈은 밭이 는다 사서 고생이다 나는 또 몇 날 뒤란 밭을 오르내리며 가지런한 새싹을 기다릴 것이다 쪽쪽 올라오는 확실한 사랑을
그리운 것들은 땅에 묻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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