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수 시인 / 빵나무아래*
1. 인터넷 웹사이트에 빵나무아래가 올린 광고가 떴다
― 1,700만 원에 나를 팝니다
빵나무아래의 몸값은 그녀가 은행에서 융자받은 집값 은행융자 속에 빵나무아래의 집이 있고 집 속에 빵나무아래가 있고 빵나무아래엔 그늘이 있어 그 그늘 지워줄 남자를 찾는 빵나무아래
몸의 집을 구하는 빵나무아래
2. 인터넷 쇼핑몰에 시인의 얼굴이 해처럼 떠 있다
― 시(詩)의 집, 정가 7,000원(회원 10% 할인)
빵보다 값싼 시(詩) 쇼핑몰 아래 앉아 시인이 장바구니에 담길 시를 쓰고 있다 뱃속에서 꺼낸 11월의 그늘을 맨발 밑에 깔고
* 빵나무아래: 중국 사천성의 한 이혼녀 ID. 은행융자로 무리하게 구입한 집값 1,700 만 원을 갚아주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인터넷에 공개
권혁수 시인 / 지하도 성자
지하도는 제 몸 안에 계단을 내고 어둠을 걸어 내려가 계단 밑에 엎드렸다 기도한다 하루가 편안하게 엎드려 딱딱하게 굳은 도시의 구두 바닥을 닦아주며
사시사철 꽃 피우는 인정의 지하도 그를 디디는 발바닥은 모두 평평하다 그림자조차 그를 디디게 하려고 하늘을 끌어내려 낮은 곳 그늘 속에 길을 내어 주고 있다
겨울바람 밑이 아니라 그들이 걷는 겨울 앞에 있다 하늘까지 주름장막 높게 펴놓고
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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