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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주종환 시인 / 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17.

주종환 시인 / 새

 

 

세상을 다 가져라, 바람아

연탄아궁이의 사랑과

백년 숲 속에서 굽는 바비큐

그것은 네 몫이 아니려니와

밥 짖는 냄새

낙엽더미 태우는 연기

그 어느 화장장의 굴뚝 냄새를 맡으면서도

너는 지는 석양을 지지배배 노래하려니와

 

너의 정갈한 몸가짐처럼

바람 소리는 너의 깃털 터는 소리로 출발해서

가없는 파도소리로 되돌아옴으로,

세상을 다 가지고도 세상모르는 너의 생이

하늘의 부레옥잠처럼 떠있네

이 세상 모든 바람을 날아본 너의 날갯짓

새야, 네가 하늘을 만들고 숲 속에

하늘의 무한을 무수히 풀어놓는다

 

-시인시각 2007 봄호

 

 


 

 

주종환 시인 / 세상 구경 어려워

 

 

산으로 가는 길

바다로 가는 길

강으로 가는 길

시냇가, 계곡으로 가는 길

들판으로 가는 길

떠오르는 해,

지는 석양 구경 가는 길을

다 철책과 장벽으로 막아놓은 길들

이 세상 모든 길이 다 막혀 있어도

매일처럼 다가오는 빛

햇빛, 달빛, 그리고 별빛

길이 사라지는 곳에서

시작되는 그 빛

그 눈빛을 공유한 우리는 아직

살아있네, 살아 남아서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네

 

 


 

주종환 시인

1969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 1992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느 도시 거주자의 몰락』(문학동네, 1997) 『일개의 인간』(천년의시작, 2002) 『신비주의자』(천년의시작, 2003) 『끝이 없는 길』(서정시학, 2007) 『계곡의 발견』(지혜사랑, 2013)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