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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선 시인 / 칵테일파티 효과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8.

이선 시인 / 칵테일파티 효과

 

 

새벽 로데오 거리, 안개 숲은 포옹을 풀고

창세기 1장 28절은, 개화와 낙화를 반복합니다

내 입술은 당신의 펜촉 끝에서, 빨갛게 채색되거나

억압된 욕망은, 당신의 손바닥에서 결박이 풀립니다.

당신, 기억의 저장고에는

패턴 분리가 되지 않은, 욕망 알갱이들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당신은 창세기를 거꾸로 읽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여자여, 당신의 욕정은 아직 생리를 합니까?

당신 심장의 빠른 박동은, 욕정의 첫 단계

그 긴장과 공포를 압축하여 옥죄면,

오르가즘이 증폭됩니다.

양버즘나무 열매가 슬몃슬몃, 떨어집니다

잎새들 눈빛이 흔들립니다

가로수들은, 등과 등이 결박당하는 꿈에서 깨어나

허공을 잉태합니다

결박된 거리의 욕정이 해체되며, 2단계로 발효 중입니다

 

 


 

 

이선 시인 / 노벨섬을 향하여 달리는 새

 

 

공룡새 발자국 화석 옆에

시인새가 ‘발가락 낙관’을 찍는다

700만년 뒤에도 발톱은 날개에 집착할 것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시인새

사막독수리부엉이 부리로 잡은, 물고기자리별

비늘 껍질을 떼어내는, 시인새

유행에 민감한 낮달의 귀걸이가 팔랑거린다

시조새의 부리에 입을 맞춘 채

크레타섬에 왼발을 딛고 카리브해를 궁금해 한다

시조새는 큰 입을 벌려

낮게 뜬 헬레니즘 구름 몇 조각

비잔티움ㅡ콘스탄티노플 문명조각을

푸딩처럼 맛나게 먹는다

이오니아해, 뽀얀 안개숲을 소스로 얹어서

날쥐, 작은새, 도마뱀, 곤충은 노벨섬의 소중한 간식

여우나 뱀들이 낚아채기 전에 낚아채야

사막박쥐가 떼 지어 노벨섬을 날아다닌다

원시부터 불어온 모래태풍은

달빛에 맨발을 드러내고

모래고양이 털 속에서 콜콜 낮잠을 잔다

다시 깨어날, 환상의 노벨섬!

일곱 번째 인을 떼고

 

 


 

 

이선 시인 / 양평, 두물머리 연꽃

 

 

뿌리는 뿌리의 아픔으로

마디는 마디의 아픔으로

두 갈래 물길이 한데 모여, 겹겹이 흐르나니

 

향香

결潔

청淸

정淨

 

여덟 장꽃잎, 여덟 번뇌

 

혼돈의 진흙 뻘 밑에서

잠자던, 나비의 정령

우주의 생기를 발효시킨, 윤회의 달빛향기

 

희락(喜)과 번뇌(煩惱)는 한 몸일지니

꽃잎 고요히 접으며

번뇌가 번뇌를 씻어낸다

 

햇살과 물안개더미 사이, 짧은 찰나의 경계에서

니르바나 꽃대 밀어올리는

두물머리, 연꽃

 

 


 

이선 시인

서경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문학석사), 2007년 월간《시문학》으로 등단, 퍼포먼스 시집 『빨간 손바닥의자』. 시집 『갈라파고스Galapágos 섬에서』. 한국문학비평가협회, 가온문학,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한국문화예술공연협회 대표,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작가상, 다문화봉사상 경기도 도의원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문학분야 유공 표창장, 한국현대시작품상, 시문학 푸른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