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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금희 시인 / 쇠똥구리 천문학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0.

강금희 시인 / 쇠똥구리 천문학

 

 

쇠똥구리는 자연 천문학자다

낮에는 해의 높낮이를 재고

밤에는 별의 온도를 짚어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굴리는

경단의 방향을 가늠한다

 

쇠똥구리를 연구하면

병들의 탄생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별 하나가 태어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무주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잘 뭉쳐진 행성 하나를

힘겹게 언덕까지 굴려 오른 뒤

마차 하는 순간 저 아래로 굴러가는,

시지포스의 돌처럼

끊임없이 밀어 올려야 하는

돌의 무게는 굴리는 자만이 알겠지만

 

그 때, 별똥별이 떨어진다

 

행성을 저 은하계 밖으로까지 굴리며 가고 있을

쇠똥구리 별자리는 왜 없을까

비 내린 끝 진창에도 별을 고이듯

똥밭에 집을 짓고 사는 쇠똥구리는

한 마리 초식의 썩은 몸속을 음미한다

언젠가는 하늘의 행성으로

날아오를 것을 믿는 힘으로 버틴다

 

밤하늘 행성들은 어쩌면

쇠똥구리가 굴리며 가다 놓친 것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빛의 속도는

쇠똥구리들이

쇠똥을 굴리며 가는 속도다

 

-<현대시학> 2016년 9월호 -

 

 


 

강금희 시인

경남 진주에서 출생. 이화여대 약학과 졸업. 2014년 《미네르바》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  『잠의뱐덕』과 수필집 『함께걸어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