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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희 시인 / 쇠똥구리 천문학
쇠똥구리는 자연 천문학자다 낮에는 해의 높낮이를 재고 밤에는 별의 온도를 짚어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굴리는 경단의 방향을 가늠한다
쇠똥구리를 연구하면 병들의 탄생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별 하나가 태어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무주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잘 뭉쳐진 행성 하나를 힘겹게 언덕까지 굴려 오른 뒤 마차 하는 순간 저 아래로 굴러가는, 시지포스의 돌처럼 끊임없이 밀어 올려야 하는 돌의 무게는 굴리는 자만이 알겠지만
그 때, 별똥별이 떨어진다
행성을 저 은하계 밖으로까지 굴리며 가고 있을 쇠똥구리 별자리는 왜 없을까 비 내린 끝 진창에도 별을 고이듯 똥밭에 집을 짓고 사는 쇠똥구리는 한 마리 초식의 썩은 몸속을 음미한다 언젠가는 하늘의 행성으로 날아오를 것을 믿는 힘으로 버틴다
밤하늘 행성들은 어쩌면 쇠똥구리가 굴리며 가다 놓친 것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빛의 속도는 쇠똥구리들이 쇠똥을 굴리며 가는 속도다
-<현대시학> 2016년 9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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