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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경원 시인 / 앵무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1.

박경원 시인 / 앵무새

 

 

앵무새는 조롱 안에 갇혀 있다가

인간에게서 말을 배운다

겉치장과 사교를 몸에 익힌다

그는 우주를 잃고도

잠을 편히 자는 새다

 

-시집 『아직도 나는 모른다』, 《창비》

 

 


 

 

박경원 시인 / 혁명의 씨앗

 

 

정직해야 한다는 사람이나

정직한 척하는 사람이나 한가지로

우수운 사람들이다

그것밖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산다는 것이야말로

영 부드럽지도 않고

때로 따라서는 피를 말리게 힘드는 노릇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어떻게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사는 길 없을까

하는 생각을 때마다 하기 마련이다

이다지도 사는 것이 힘들어

너무 힘들어 그럭저럭 살거나

사기도 좀 치면서 어려운 일에 대하여 꾸기 마련이니

그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사람은 한가지로밖에 살 수 없는 것인가

이런 생각마저 들 때면, 낙망한 나머지

변하지 않는 삶에 열화가 쌓이기도 한다

이럴 때 종교서적 따위

이를테면 경전 같은 것을 뒤적이거나

공간이동법이나 시간이동법을 생각하기도 한다

시작은 이렇게 되는 것이다

 

-시집 『아직도 나는 모른다』 《창비》

 

 


 

박경원 시인

1954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 1975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아직은 나도 모른다』(창비, 200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