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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시인 / 메밀꽃
화려한 고뇌 없이 서로 마음 깃들어 핀 꽃 맨땅에 별들을 수놓은 꽃 외로움이 소중해 생각이 무거워 옹기종기 모여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거짓된 순정으로 웃지 않는 가녀린 고집 넉살 좋은 바람이 자주 들락날락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머물지 못한다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언제나 들려오는 나뭇잎 입술 오므리는 소리에 콧노래를 부르는 소녀들 아무리 바라보아도 눈멀지 않는 아무리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아 가슴에 계속이 흐르는 깊은 산골 추억과 우정을 되감으며 차르차르 물레방아 돌리는 지지배들 도시에서 먼지처럼 떠돌기 싫어 산과 산이 맞닿은 계곡에 둥지를 튼 꽃보라 달빛 하얗게 쏟아지는 밤 흐르는 생리혈 줄기마다 빠알갛다
-시집 <익명적 중얼거림> 현대시학사, 2018
이소율 시인 / 익명적 중얼거림
고독을 애완견으로 끌고다닌다
줄줄이 따라오는 그리움 마디마디 새겨지는 외로움 빌어먹을 가슴 웃자란 오만과 소심을 가지치기한다 말을 삼킨 침묵 속에서는 열정이 야생으로 자랄 것이다 자발적 소외로 무성해질 것이다 시간의 관절을 꺾고 죽은 언어들이 무덤을 판다 제자리를 못 잡고 달그락거리는 말들의 뼈 종이 들판으로 이장을 한다 샘솟는 고독의 수액으로 먹물 함이 비문을 쓴다
내부로만 망명을 하던 두려움과 분노가 꺼지고 의미가 켜진다 그림자를 등지고 영혼이 긁히는 소리를 듣는다 타인은 지옥이라 말한 사르트르 지옥보다 감옥쯤 되지 않을까 영혼의 휘발성이 빠른 강남대로에서 감옥 사이를 걷는다 바람의 터럭만큼이나 재바른 상술 사랑을 사고파느라 분주하다 필연을 능가하는 우연으로 영혼이 맑은 사람을 만나면 맨발이고 싶다 단추도 몇 개쯤 풀어놓고 싶다
-시집 <익명적 중얼거림>, 현대시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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