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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희 시인 / 민들레꽃
길 섶에 앉아있는 노란 민들레 햇살에 눈이 부셔 피어난 민들레 밝은 햇살 꽃 위로 살며시 내려오면 언제나 환한 미소 민들레꽃이여
길가에 앉아있는 노란 민들레 햇살이 찾아와 피어난 민들레 밝은 햇살 꽃 사이 살며시 앉으면 언제나 밝은 미소 민들레꽃이여
꽃 속 나비 날개 위로 풍겨오는 꽃향기 온몸 가득 파란 하늘이 다가온 이 봄날 꽃빛 아름다운 이 깊은 행복이여 민들레꽃이여
이가희 시인 / 대관령 고개에서 하늘을 만나다
내 눈길이 마주치는 곳에 하늘이 있었다 고개가 품은 하늘과 잠시 마주섰다 대관령은 구름 위에 앉아 있었다
아슬한 경계에서 평화로운 흰 구름 몇 조각 대관령 고개에 걸쳐놓으니 저 한 폭의 그림 아름다워라
내가 끌고 온 문명의 발자국을 저 곳에 찍는다는 것이 왠지 미안했다 초원을 느리게 걷고 있는 어린 양떼, 방부제에 찌든 너무 멀쩡한 내 손을 그 눈빛에 도저히 내밀 수 없었다
하늘도 여기서는 깨달아야한다 햇살이 오랫동안 앉아 쉬고 바람도 구름도 잠시 순한 고개에 걸터앉아 숨고르기 한다는 것을
나도 잠시 쉬었다가 도시의 오염을 던지고 게으른 양떼의 푸른 울음이나 몰래 보쌈 해가야겠다
가끔씩 바람은 집으로 돌아오는 목동의 피리소리를 냈다
이가희 시인 / 마이너스 통장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후 입금보다 출금이 더 많은 통장을 본다
산다는 것은 입금과 출금으로 이어지는 걸까 내 삶으로 입금시키는 추억과 하루를 지우는 송금 사이에도 만기로 저축해 두었다가 찾을 수 있는 정기적금 통장이였으면 좋겠다 무덤 속에서도 자라는 머리카락처럼 내 탐욕의 게좌는 이자를 키우는가 내가 지불해야 할 청구서의 숫자를 계산한다 그래,없다고 서러워할 것 없다 외로워할 것도 없다 빈 고랑에 더 너른 땅 채워진다 했던가 가슴이 아프지 않고서야 어찌 따스한 집 한 채 지을 수 있으랴 외환은행,서리 낀 유리창 너머 소름 돋은 낙엽들 잔기침 한다 지다 남은 햇빛 한 되 가난한 내 마음 위에 희망의 꿈 하나 대출 받아주고 한순간 흩어진다
이가희 시인 / 북한강은 흐른다
그 가슴에 시간의 질곡을 깊이 담아 그리도 푸르른가, 북한강 이념은 강토를 함부로 재단하여 둘로 나눴지만 우리는 애초부터 둘로 나눌 수 없었던 것을
전쟁의 포화도 곳곳에 새워진 댐들도 강줄기 그 질긴 흐름을 막지 못해 모두 두울머리로 향하는 것을
저 물줄기 양쪽으로 나눠놓고 애달팠던 밤 이제 한 몸 되어 얼싸안으니 더 이상 북한강이라 부르지 마라
드디어 한강이 되어 흐르니 한. 줄. 기. 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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